어딜 찍어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싸’들의 여행지 경남 합천 / 영화·드라마 촬영지 영상테마파크 / 뉴트로 열풍에 핫플레이스 급부상 / 황매산 황금 억새밭 ‘인생샷 맛집’ / 해인사에선 ‘기록문화 축제’ 한창 / 제철 송이로 끓인 국 ‘최고의 별미’
황매산 정상의 억새 군락지

[합천=글·사진 전경우 기자] 경남 합천은 ‘인싸’들의 여행지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합천에 가려면 고속버스를 타거나 KTX 구미김천역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 한 시간 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특히 2030세대들은 합천을 잘 모른다. 합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자원은 ‘철쭉’인데, 이는 아무래도 중장년층 취향이기 때문이다. 합천에 젊은 여행자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SNS의 영향이 크다. 대한민국에서 합천만큼 제대로 그림 나오는 장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합천 영상테마파크의 명물 경성역

▲합천에도 청와대가 있다?

합천에서 어떤 영화, 드라마를 찍었냐고 물어보면 답변이 너무 길어진다. 대략 생각나는 작품만 수 백편이다. 드라마 ‘미스터썬샤인’, ‘호텔 델루나’, ‘각시탈’ 등의 주요 장면, 영화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항거’, ‘고지전’, '대호' 등이 합천 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에는 옛 경성역(서울역)과 종로경찰서, 소공동 거리 등이 재현돼 있고, 영화 ‘태극기휘날리며’에서 진태(장동건)가 동생인 학도병으로 끌려가는 동생 진석(원빈)을 찾아 헤매던 기차 역시 승강장 한쪽에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최근 ‘뉴트로’ 열풍 이후에는 모던보이, 모던걸 복장을 차려입은 젊은 여행객들이 대거 방문해 분위기는 더욱 ‘핫’해졌다.

실제와 거의 흡사한 모습의 청와대 본관 건물은 합천 영상테마파크의 새로운 명물이다. 가짜 건물이지만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디테일을 깨알같이 살렸다.

황매산 정상 억새밭의 석양.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전투·결투신 명소 황매산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에서도 영화를 많이 찍었다. 옛 목장지대였던 탁 트인 고원지형은 대규모 전투장면 촬영이 가능한 몇 안되는 장소다. 영화 ‘태극기휘날리며’, ‘포화 속으로’의 주요 전투씬이 여기서 나왔고, 드라마 ‘미스터 썬샤인’의 주요 장면도 황매산이 배경이 됐다.

정상 부근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 역시 촬영팀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이는 여행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분 남짓 올라가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내다보이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자로 매(梅) 자가 들어간 지명은 풍수지리에서 매화락지형(梅花洛地形매화잎이 떨어지는 형세)이라 부르는 명당이다. 황매산 역시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천하 명당이다. 늦가을에는 억새가 고원지대 전체를 은빛 물결로 뒤덮어 정취를 더한다.

억새밭에서 ‘인생샷’을 건지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가 낮은 아침 무렵, 황금빛으로 대지가 물드는 저물녘이 최적의 시간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장경판

▲합천의 상징, 대장경과 기록문화

해인사는 합천의 랜드마크, 대장경은 정신과 문화의 상징이다. 해인사는 대장경 외에도 국보 보물 등 70여 점과 부속 사찰, 암자 등을 거느리고 있는 절이다.

절집 입구에는 희귀한 백송들이 도열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해인사라는 이름은 화엄경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구절에서 비롯됐다. 해인삼매 의미는 세상을 깊고 넓은 바다에 비유한 것으로 ‘중생의 번뇌가 멈출 때 우주의 모습이 그대로 물속(海)에 비치는(印) 경지’를 뜻한다.

불심의 힘을 빌어 몽고군을 물리치고자 만든 팔만대장경은 16년간 대역사 끝에 간행되었으며, 8만여 개 판에 8만4000개 경전 내용이 실려 있다. 거란, 여진, 일본불교 경전까지 모두 정리돼있어 지금은 사라진 중국이나 거란의 불전 내용까지 남아있는 귀중한 역사유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독특한 양식의 건물은 통풍을 위해 위아래 2칸의 창문 크기를 다르게 만들어 눈길을 끈다.

가야산의 별미 송이국 정식

해인사 부근에는 제철음식인 송이로 국을 끓여 내는 식당들이 유명하다.

합천군은 팔만대장경을 제작 보존한 선조들의 기록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해인사 입구 대장경파크 일원에서 ‘합천기록문화축제’를 연다. 10월 19일 개막한 축제는 11월 3일까지 16일 동안 이어지며, ‘팔만대장경 전국예술대전’, ‘전국사진공모전’도 함께 진행된다. 이밖에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VR체험, 도예체험 등 실내 행사와 초청가수 공연 등도 준비돼있다.

야외행사로는 가을꽃 전시, 한국전쟁 중 해인사 폭격명령을 거부하며 천년고찰을 지켜낸 김영환장군 수호비행기, 대형 한글대장경판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대장경테마파크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여러 장르의 공연들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kwju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