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참담했던 亞선수권, 한국야구 아마추어의 민낯이었다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적나라하게 드러난 민낯, 그것이 곧 현실이다.

 

대참사였다. 윤영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제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3·4위전에서 중국에 6-8로 패하며, 최종 순위 4위로 대회를 마친 것. 체감 순위는 꼴찌나 다름없다. 일본, 대만은 물론 몇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국에도 두 번이나 패했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파키스탄, 필리핀을 상대로 따낸 2승이 전부다.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도 대만, 중국의 몫이 됐다.

 

경기력 자체가 형편없었다. 순수 아마추어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상대에게 그 어떤 위압도 주지 못했다. 투타에서 흔들린 것은 물론 기본적인 수비, 주루 등에서도 아쉬움을 짙게 남겼다. 포구, 송구부터가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대학 선수들은 평균연령 만 21세의 중국 대표팀에게도 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회 내내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한 것은 고교 선수로 참가한 소형준이었을 정도. 많은 이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못한 이유다.

 

일각에선 예견된 참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대회라곤 하지만, 이번 대회엔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예선 출전권이 달려 있었다. 정예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만, 중국 등이 경험 있는 선수들을 일부 소집한 까닭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길을 걸었다. 그간 프로 1.5군급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을 섞어 팀을 구성했던 것과는 달리, 아마추어 선수들(대학생 20명, 고등학생 4명)로만 꾸렸다.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묘책이었지만, 대책 없는 장밋빛 전망으로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오히려 암울한 한국 야구의 미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만 됐다. 날이 갈수록 프로와 아마추어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 야구의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 일례로 지난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단 한 명의 아마추어 선수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프로 구단들이 신인 지명에서 대졸 예정자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 드래프트 때부터 의무적으로 한 명씩 지명하도록 규칙을 변경하기도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