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승부처 돋보기] 이정후 ‘덫’에 걸린 소사 ‘실투’에 PO 끝났다

[스포츠월드=고척 권영준 기자] 이정후(키움)가 놓은 ‘덫’에 헨리 소사(SK)가 걸렸다. 이 결정적인 장면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SK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정후의 2타점 결승 2루타를 앞세워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하며 활짝 웃었다. 이로서 키움은 1~3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키움은 오는 22일(화)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선다.

 

승부처는 초반 2~3회였다. 사실 키움은 2회말 공격에서 SK 선발 소사의 구위에 눌려 삼자범퇴했다. 그런데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포수 이지영의 타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지영은 소사의 날카로운 1, 2구에 2S로 몰렸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3구부터 8구까지 6개의 공을 모두 커트했다. 직구에 변화구까지 소사의 결정구를 모두 파울 처리했다. 그리고 9구째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됐다. 소사는 2회에만 21개의 공을 던졌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1회부터 전력 투구한 소사는 2회 투구수 조절에 실패하며 3회 기복이 생겼다. 선두 타자 김규민에게 안타를 내준 뒤 김혜성과 서건창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다시 서건창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렇게 이정후 앞에 기회가 왔다.

소사는 이정후를 상대로 초구 바깥쪽 브레이킹볼을 던졌다. 하지만 밋밋하고 낮게 형성됐다. 힘도 떨어져 보였다. 이때 SK 포수 이재원이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가 소사의 구위를 점검했다. 이때 이정후가 기질을 발휘했다. 소사의 2구째 149㎞의 직구가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실투였다. 이정후는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다.

 

소사에게 변화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넌지시 보여준 것이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실투를 놓친 것이 아니라 그대로 흘려 보낸 것 같다”라며 “덫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재원은 몸쪽 직구를 요구했다. 소사의 3구는 직구였고, 몸쪽에서 가운데로 쏠리면서 높게 형성했다. 이정후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잡아당겨 우익선상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높게 형성된 직구를 대비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스윙 메카니즘이었다. 즉 직구를 흘리면서 다시 직구가 오길 유도했고, 이를 힘 들이지 않고 간결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안타를 만든 것이다. 1, 2루 주자는 모두 홈을 밟으면 2-0으로 앞서갔고, 이어 박병호의 적시타까지 묶어 3회에만 3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정후의 적시타는 결국 소사의 3이닝 강판으로 귀결됐다. SK는 1, 2차전에서도 김광현, 산체스가 6이닝 이상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SK는 이후 김태훈, 정영일, 문승원 등 마운드에 올려 필사적으로 대응했지만, 불 붙은 키움 타선을 막지 못하고 5회에만 대거 5실점해 그대로 무너졌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고척돔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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