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B다이어리] 결정적 '오심' 2개와 가슴 아픈 '음모론'

[스포츠월드=고척돔 권영준 기자] “이겼으니 됐다.”

 

이처럼 뒷말 씁쓸한 말이 또 있을까. 프로야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잇달아 발생한 오심이 명승부의 풍미를 앗았다. 아직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가 남은 만큼 KBO 심판진의 경각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6, 7일 이틀간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LG와 키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명승부 그 자체였다. 2경기 연속 대접전이었다. 1차전은 박병호의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승부가 결정 났고, 2차전은 연장 접전 끝에 역대 첫 끝내기 땅볼이라는 진기록 속에 또 한 번 키움이 웃었다.

 

2패를 당하긴 했어도 LG는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1차전 선발 테일러 윌슨과 2차전 게임 스타터 차우찬은 눈부신 호투로 팬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형종, 이천웅, 채은성 등 은퇴의 갈림길에서 포지션 전향의 변화로 ‘반전’을 이끈 선수의 투혼이 감동의 스토리로 다가왔다.

 

뜨거운 열기로 채워가고 있는 가을야구에 유일한 오점은 오심이다. 지난 6일 1차전은 ‘보크 논란’으로 얼룩졌다. 8회 1사 후 볼넷을 골라 나간 김하성이 투수 윌슨의 견제구 걸렸다. 김하성의 펄쩍 뛰었지만, 견제사는 비디오 판독 또는 판정 정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아웃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장면은 윌슨의 보크가 맞다. 자세히 살펴보면 견제 시도 이전에 중심발(오른발)보다 자유발(왼발)이 미세하게 먼저 움직였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놓칠 수 있다. 그렇다고 쉽게 넘길 순 없다. 윌슨이 이러한 동작은 앞선 견제구에서도 지속해서 발생했다. 수차례 반복한 동작을 모두 놓쳤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윌슨이 2차전을 앞두고 “보크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이유를 돌이켜 보면, 이전 견제 시도 시 심판이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라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2차전 오심은 치명적이다. 키움은 0-3으로 밀린 6회 반격에 나섰다. 김혜성을 시작으로 서건창, 이정후의 3연속 안타로 1점을 추격했다. 이어 무사 1, 3루의 기회는 이어졌다. 샌즈-박병호-김하성의 타선으로 이어지기에 기대감도 컸다. 호투하던 선발 차우찬을 몰아낼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다.

 

문제는 샌즈의 타석에서 왔다. 차우찬의 2구를 타격했는데, 홈 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바운드된 뒤 백스핀에 걸려 포수 유강남 쪽으로 날아왔고, 이를 유강남이 직접 잡아 샌즈를 태그했다. 주심은 포수 앞 땅볼 아웃을 선언했다.

 

오심이다. 유강남이 샌즈의 타구를 잡은 지점은 홈플레이트 뒤쪽이다. 미세한 간격도 아니다. 타구는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홈플레이트를 뒤쪽으로 이동했다. 더 큰 문제는 주심이 최초 파울을 선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샌즈가 항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 장면은 승부의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승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키움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공교롭게 1, 2차전에 잇달아 발생한 2개의 오심은 모두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었다. 벌써 현장 관계자부터 야구팬까지 ‘LG팬이 많으니 관중 유치를 위해 LG에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사실무근이다. 있지도, 있어서도 안 될 말이다. 이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 LG도, 2연승을 거둔 키움도, 가을야구를 열심히 준비한 KBO도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심판진은 억울하겠지만, 결국 스스로 만든 굴레이다. 경각심이 절실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고척 김두홍 기자, MBC 중계방송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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