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곽경택 감독,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의 메가폰을 잡은 이유다. 작품은 6·25전쟁 중이었던 지난 1950년 9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그동안 장사상륙작전은 양동작전인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져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릴 수 있게 됐다.

 

곽 감독은 제작 의도에 대해 “그동안 북한이나 전쟁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은 전쟁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 전쟁에 대한 무서움이 크게 와 닿지는 않겠지만 말로만 평화와 화해를 외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본다. 우선 나라가 힘이 있고 국방력이 있어야 안 때린다. 내 욕심은 거기까지인데 영화를 보시면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학도병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는 일반적인 전쟁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전쟁신이나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곽 감독은 “이야기 자체가 크지 않다”며 “커다란 전쟁 영화들처럼 방대한 서사를 담는 게 아니라 우리는 772명의 학도병과 기간병이 장사리로 갔고, 치열하게 상륙을 한 뒤 먼저 당할까 봐 선제공격을 하면서 지연시킨 이야기다. 이러한 내용을 120억 원 예산으로 찍어내야 했다. 전쟁 장면은 드라마 장면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스케일을 벌릴수록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공동 연출도 눈에 띄는 점이다. 국내 영화 제작 환경에서 보기 드문 획기적인 시도였다.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으로 촬영팀을 분리해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곽 감독은 “사실은 진작부터 이런 식으로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할리우드의 선진 기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달 안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 연결성 문제는 숙제이기도 하다”며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역사를 다룬 내용이어서 준비 과정부터 치열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앞서 수많은 사료 수집, 전투 관련자들과의 인터뷰 등이 튼튼한 주춧돌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곽 감독은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자료를 찾아보면 집필자 분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 국방백서는 ‘의미 있는 작전’, 사관 학교는 ‘실패한 작전’이라고 기술했다. 실패한 이유는 선발대가 배를 잃어버렸고 악천후 속에서 많은 병력 손실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초반부터 기밀이 유지돼야 기만 작전이 될 수 있어서 굉장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또한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당시 이명흠 대위를 비롯해 작전을 내린 사람들에겐 치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수면 위에 안 드러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맥아더 장군이 쓴 감사의 편지가 재조명되면서 긍정적인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과거 ‘친구’(2001)로 국민 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흥행에서 성공과 실패를 오가면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내공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성공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고, 또 한번 거장다운 족적을 완성해냈다.  

 

“인생에서 파장은 있는 거예요. ‘친구’라는 작품으로 갑자기 확 올라갔다면 다시 내려갈 때도 있었지요. 성공하는 사람들 좌우명의 공통점은 낙관주의라는 거예요. 너무 공감됐습니다.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작품에서 욕심만큼 안 됐다고 해서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저에게는 한때 충무로에서 사기꾼 감독이라는 소리도 있었어요. 그랬던 난데 ‘친구’라도 하고 그 다음에 꾸준히 찍으면서 살잖아요. 힘든 순간을 이겨내면 본인 몫은 반드시 옵니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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