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잠실 전영민 기자] “나중에 좀 크면 아빠가 가을야구를 했다는 걸 알고 자랑스러워하겠죠?”
지난달 26일 홈구장인 창원NC파크로 향하는 NC 이재학(29)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한화와 맞대결을 마친 뒤부터는 최소 일주일짜리 타지 출장이 잡혀있었다. 잠실 LG전, 수원 KT전을 너머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타지 생활을 해야만 했다. 팀이 2017시즌 이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짐을 챙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아내에 미안한 감정이 공존했다.
이재학의 아내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임신 35주차인데 조산기가 있어 약 1주일 전부터 출산 대기 상태다. 한 명도 아니고 쌍둥이다. 아직 출산예정일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는데 조산 가능성이 높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재학이 포스트시즌 준비를 위해 서울로 떠날 때와 아내의 입원 시기가 맞물렸다. 남편으로서 옆을 지키는 게 백번 맞지만 포스트시즌이란 점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이 터지면 경조휴가를 다녀오기로 구단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아내를 향한 마음은 한결같았다. 이재학은 두산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 직전까지 손에서 휴대폰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훈련하는 시간과 실전에 임하는 동안에는 전력으로 훈련에 임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은 사전에 모두 제거했다. 대신 야구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아내와 함께했다. 출퇴근길의 전화통화는 기본이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아내 생각에 밤잠도 설쳤다.
그나마 편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던 이유는 아내의 애정 어린 한 마디였다. 이재학은 “일주일 전에 출장을 떠나올 때 아내가 내게 ‘괜찮아, 잘 다녀와. 대신 꼭 이기고 와’라고 말하더라”며 “아내가 지금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 그런지 아내가 힘들어하는 게 유독 눈에 띄어서 혼자 병원에 두고 오는 게 정말 너무 미안했다. 가족들이 옆을 지켜주곤 있지만 남편으로서 난 낙제인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내와 아기들을 보기 위해서라면 당장 창원으로 가고 싶지만 남아있어야 할 이유도 있다. 훗날 성장한 쌍둥이들이 출생연도와 자신의 기록을 혹 언급할까라는 생각이다. “아기들의 태명이 ‘튼튼이’와 ‘탄탄이’다. ‘튼·탄’이가 나중에 야구가 뭔지를 알게 됐을 때 내가 남긴 기록들을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보니 책임감이 생기더라”며 “엄마 배 안에 있을 때 조금은 같이 있지 못했지만 출생연도에 아빠가 가을야구를 했다는 걸 알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라고 웃어보였다. 어느 때보다 고된 일주일, 이재학은 아내와 쌍둥이 생각으로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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