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초점] 정호영의 꼬리표 ‘제2 김연경’… 부담감 줘선 안된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정호영(18)이 프로 무대로 뛰어든다. 중학교 시절부터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던 정호영이 어떤 기량을 선보일지 여자배구계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부담감은 오히려 정호영의 성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정호영은 지난 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2020 KOVO 여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정호영의 이름을 외쳤다. 190㎝의 장신으로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인 정호영은 다가올 새 시즌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는다.

 

정호영은 광주체중 시절 이미 ‘국가대표 육성 사업’의 대표주자였다. 중학생 신분으로 2016년 AVC컵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센터부터 레프트, 라이트 공격이 가능한 자원이다. 장신의 능력을 살린 블로킹은 당장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호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장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러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올 공격력, 그리고 그 속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은 정호영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든다. 정호영을 오래 지켜본 한 지도자는 “장신인데도 점프에 탄력이 있고, 공격적인 재능도 있다”라며 “아직 신체 밸런스가 완전하지 않고, 파워도 키워야 한다. 이런 부분이 프로에 와서 잘 이뤄진다면 대단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남원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서남원 감독은 "중학생 시절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와 잘 상의하겠다"고 전했다.

 

일단 정호영이 프로에서 공격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비가 관건이다. 한국 프로배구 특성상 라이트 포지션은 외국인 선수의 몫이다. 정호영이 공격수로 뛰기 위해서는 당장 레프트 경쟁을 해야 한다. 서남원 감독도 “블로커로서 활용은 당장 가능하다. 다만 레프트로 쓰기 위해서 수비 훈련을 진행해 봐야 한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다만 프로와 고교 무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수비 적응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정호영과 김연경은 완전히 다르다. 김연경은 신장 변화가 컸던 선수다. 이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공격과 수비에 대한 기본기를 모두 익혔다. 반면 정호영은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장신에 특화한 포지션만 소화했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은 있지만, 전후좌우 파고드는 프로 선수의 스파이크를 대처하는 데는 어려움을 분명히 겪을 것이다. 

 

즉 정호영이 완성형 선수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기대감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기다려줘야 한다. 정호영 역시 “어릴 때는 제2의 김연경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큰 부담감인지 알겠더라”라고 털어놨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다음 세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 가운데 정호영이라는 자원은 분명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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