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명물 ‘막걸리계 에르메스’에 취하다

복순도가 전경. 울주군에 위치한 양조장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울산=정희원 기자] 애주가라면 한번쯤 술맛 따라 여행길에 올라볼 만하다. 지역 특산물로 빚어내는 술을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을 찾았다. 이 곳에는 ‘막걸리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복순도가(福順都家)’ 손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KTX 울산역에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높다.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복순도가의 막걸리는 특유의 탄산으로 마치 샴페인 같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기포가 세지 않고, 부드럽게 터진다. 1만원대의 가격에도 20대 ‘힙스터’부터 50대 세련된 취향을 가진 아재들까지 두루 사랑하는 막걸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정상 회의나 만찬 자리에서 공식 건배주에 선정된 바 있는 ‘인증받은’ 술이다.

◆시골풍경 속 세련된 발효건축, 인증샷 핫플레이스

특히 이곳 울주군에 위치한 양조장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울산역 인근에서 시골길을 10분 정도 달리자 가로로 긴 진회색빛 세련된 건물이 나타난다. 볏짚, 숯, 누룩 등 한국적 소재를 사용해 ‘발효 건축’을 콘셉트로 설계됐다고 한다. 입구의 하얀 파라솔, 파란 하늘, 초록빛 논밭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입구부터 ‘인스타그램 인증샷 성지’로도 손색없다.

건물에 들어서 김민국 실장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오늘의 목표는 직접 ‘가양주 스타일’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 그는 “더운 날 오느라 고생했다”며 냉장고에서 갓 꺼낸 뽀얀 막걸리를 따랐다. 45도로 병을 기울여 탄산을 확인한 뒤, 하얀 도자기 잔에 꼴꼴 쏟는다. 갈증이 가시는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커플들이 찾아와 술을 빚거나, 이곳의 막걸리를 쇼핑하고 있다.

안내하는 자리로 따라가니 이미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세팅’이 끝나 있다. 누룩, 고들밥, 깨끗한 물이 주재료다. 따뜻한 밥을 손이나 주걱으로 식혀주길 반복하고, 누룩과 섞고, 깨끗한 물과 함께 유리병에 담아 2주간 발효시키면 된다. 체험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가양주, 일제시대 금지되며 침체… 지금은 힙한 전통주로

막걸리를 담그는 동안 김민국 실장으로부터 가양주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가양주는 말 그대로 집에서 직접 담근 술을 통칭한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는 제사를 지내고 어르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집집마다 술을 많이 만들었고, 각자의 ‘스타일’을 활용한 가양주가 있었다”며 “하지만 일제강점기 무렵 일본이 민족문화 말살 작업의 일환으로 가양주 제조를 면허제로 바꾸고 상속을 금지하면서 급속히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밀주’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복순도가에서는 예약 후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김 실장은 “가양주도 하나의 집집마다의 전통이 녹아 있는 ‘홈 레시피’인데, 점점 사라지고 있는 문화”라며 “우리 할머니 세대에는 거의 집집마다 술독을 두고 가양주를 빚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술을 빚는다고 하면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 젊은 사람들이 김치 담그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겠지만, 이같은 체험을 통해 가양주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복순도가 역시 김정식·박복순 부부가 상북면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레시피로 술을 빚어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했던 게 시초다.

울주군에서 생산된 햅쌀과 전통 방식으로 띄운 누룩을 항아리에서 발효시켜 막걸리를 만든다. 한달간 저온 숙성시키며 생기는 탄산이 ‘백미’다. 이후 장남인 김민규 대표·차남인 김민국 실장이 합류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손막걸리. 특수병에 담겨져 들고가기 편하다.

◆울산지역 관광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

일각에서는 복순도가 양조장이 생긴 이후 우스개소리로 ‘노잼(재미 없다는 뜻의 신조어) 도시’ 울산에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생겼다고도 한다. 복순도가도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중이다.

복순도가는 울주군 인근의 개성있는 공방과 맛집, 카페 등 여행코스를 제안하는 투어북을 나눠주고 있다. 김 실장은 “이왕 복순도가를 찾은 분들이 지역사회를 보다 알차게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관광플랫폼으로 도약하려고 한다”며 “스탬프를 다 찍으면 기념품을 증정한다”고 했다.

막걸리 모양의 작은 마그넷이 귀엽다. 이와 관련 복순도가의 막걸리 만들기 프로그램과 스탬프 투어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 꼽히기도 했다.

김민국 실장이 소개하는 복순도가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는 법. 우선 10도 이하로 냉장 보관한 막걸리를 침전물이 섞이도록 흔든다. 이후 병을 45도 기울여 뚜껑을 열었다 닫으며 탄산을 천천히 빼주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해야 천연 탄산의 청량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happy1@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