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스톰’에서 본 태풍 대비의 중요성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가을이 오기 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내습하는 시기가 다가와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태풍들은 한반도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동남아와 중국 지역을 지나며 세력을 크게 잃는다. 하지만 2003년 ‘매미’나 2010년 ‘곤파스’처럼 강력한 태풍들이 찾아와 큰 재산·인명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만큼 대비에 소홀할 수 없다. 

 

영화 ‘인투 더 스톰’은 태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오클라호마의 실버턴이라는 조용한 마을이다. 그러나 평화는 잠시뿐,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폭풍예보가 발생하고 주먹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고조된다. 

 

실버턴 고등학교의 교감인 게리(리처드 아미티지 분)는 예정된 졸업식을 연기할 것을 학교에 제안하나 교장은 이를 묵살하고 졸업식을 강행한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토네이도는 실버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폭풍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물론 건물까지도 예외 없이 파괴한다. 세차게 내리는 폭우로 인해 차오른 물이 잔해에 깔린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학교와 주변 동네는 곧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게리를 비롯한 이재민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만큼의 대규모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불어 닥칠 가능성은 적지만 아무리 소규모 태풍이라 할지라도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산 피해도 최소화 해야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1순위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나 보행자들은 태풍 시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매년 태풍이 찾아오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리거나 바람에 날아온 물체에 맞아 부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하천이나 계곡, 바다뿐만 아니라 건축 자재가 많은 공사장 주변에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또 낙상으로 인한 부상도 빈번히 발생한다. 태풍과 함께 내리는 비 때문에 길이 무척이나 미끄러운데다가 갑자기 발생한 강풍이 보행 중 중심을 잃게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가벼운 타박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들은 근력이 약하고 골밀도가 낮아 작은 충격에도 척추나 고관절 등 중요 부위에 골절을 입기 쉽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2017 고령자 안전사고 심층분석’ 보고서의 계절별 고령자 낙상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여름이 29.9%로 가장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여름철 태풍, 장마 등이 노인 낙상사고율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만약 길을 가다 넘어졌다면 먼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핀 후 일어나도록 한다. 엉덩이 부근의 통증이 심할 경우 고관절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해 부축받는 게 좋다. 

 

낙상사고는 타박상뿐만 아니라 발목이 꺾이거나 반사적으로 손을 땅에 짚으면서 손목과 발목 등에 급성 염좌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다친 부위가 열이 나고 부어 오르는데 낙상 직후 48시간은 냉찜질을 통해 부기와 열감을 가라앉혀야 한다. 반대로 온찜질을 할 경우 부기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무엇보다 낙상으로 발생한 통증이 가볍더라도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신속히 전문가를 방문해 원인을 찾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직 무력하다. 그러나 기상예보와 악화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졸업식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영화 인투 더 스톰 속 등장인물들이 겪은 수난은 섣부른 판단과 안일함이 불러온 인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는 재난 속에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란 철저한 대비라고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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