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불매운동에… 화장품업계 ‘비상’

오너리스크에 친일기업 낙인 / 윤동한 전 회장 사과하고 사퇴 / 국내 화장품 3분의 1 이상 공급 / 홈쇼핑 콜마産 제품 문전박대 / 중소기업 대책없어 ‘전전긍긍’
고개 숙이는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

[정희원 기자] 한국콜마가 오너리스크 이후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자 뷰티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한국콜마 불매운동은 성인지감수성을 갖추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오너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한국콜마는 친일기업으로 크게 낙인찍혔다. 더욱이 일본콜마가 7.4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미운 점’으로 작용했다.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은 결국 나흘만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불매 화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 콜마, 국내 화장품 3분의 1 이상 공급

현재 SNS에서는 한국콜마가 제조하는 화장품 명단이 세밀하게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콜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것. 사실 한국콜마는 K-뷰티 확산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서 생산되는 전체 화장품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한국 화장품 ODM·OEM 시장을 70%가량 점유해왔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물론 크고 작은 중소기업,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의 브랜드까지 300여개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대기업은 자구책 마련, 생산능력 없는 기업은 ‘답답’

대기업의 경우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한국콜마와의 관계를 이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대다수 기업은 오랜 기간 ‘한 배’를 타고 팀웍을 보였던 만큼, 이번 논란으로 인해 곧바로 손절하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뷰티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대부분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고, 일부 트렌디한 품목에 한해서만 한국콜마 등 외부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며 “이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자체 생산 능력이 없는 회사들은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기업들의 특징은 다채로운 브랜드를 갖추기 어렵다보니 마스크팩·수분크림 등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고 해당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

한국콜마 세종공장

◆중소기업 매출 주요채널 홈쇼핑도 콜마産 제품 문전박대

더욱이 홈쇼핑까지 한국콜마를 외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요 매출 채널은 ‘홈쇼핑’이다. GS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오쇼핑 모두 한국콜마가 제조한 제품의 방송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와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당장 제조사를 교체할 수도 없고, 홈쇼핑도 무산되고, 재고도 많이 남아있는 만큼 답답할 것”이라며 “한국콜마를 불매함으로써 콜마 자체보다 작은 기업들이 체감하는 피해가 훨씬 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의 말이 시대착오적인 것은 맞지만, 이를 무작정 친일로 매도하기에는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한국콜마 관계자도 이에 대해 “자사의 피해도 있겠지만 고객사들의 피해가 클까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고객사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콜마 직원들 “친일기업 아니에요”

화장품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자칫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두려워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K-뷰티’의 인기가 예전보다 떨어진 상황에 한국콜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화장품 수출피해는 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엔 이 회사 직원들도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일부 직원들은 SNS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 10년차 직원이라는 작성자는 “한국콜마는 회사 설립 당시 일본콜마의 지원을 받은 게 사실이나, 이는 매년 기술료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관계였지 친일기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R&D 투자와 제품 개발 노력을 통해 현재는 일본콜마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 개발 능력을 갖추게 돼 일본콜마와의 기술료 관계도 이미 정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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