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광·찬란한 예술… 남도 끝자락서 즐기는 풍류 여행

남쪽 바다와 맞닿은 해남·진도 /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녹우당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대흥사 / 명량·운림산방까지 볼거리 가득

[해남=글·사진 전경우 기자] 남도에서도 가장 남쪽, 바다와 맞닿은 해남과 진도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다.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쫓겨온 선비들은 아름다운 풍광과 찬란한 예술이 숨 쉬던 이 지역의 저력에 놀랐고, 이내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이들은 복권된 후 남도의 서화, 녹차 등 여러 문물을 한양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해남과 진도의 문화적 가치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하다. 대흥사 등 해남지역 천년 고찰들이 최근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다시 눈길을 끌고 있고, 전통주 양조장, 고택 체험 등을 찾는 젊은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도는 최근 대명 리조트 개장으로 숙박 인프라가 대폭 개선되며 상설 공연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여행객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해남 수묵기행, 진도 토요상설공연을 묶은 여행을 다녀왔다. 

 

해남 녹우당

▲나무가 아름다운 집, 녹우당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녹우당의 랜드마크는 집 전면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다. 수령 500년쯤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마당 안쪽에 있는 회화나무와 함께 이 집에 ‘선비’가 기거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초록 비가 내리는 집’,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가 대표하는 해남 윤씨 가문의 종가다. 이 집은 전라남도에 있는 민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됐다. 건물을 뜯어 배로 옮겨와 다시 지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효종이 고산 윤선도를 위해 수원에 지어준 집의 일부를 뜯어 옮겨와 사랑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집 아래에는 고산 윤선도와 그의 증손인 공재 윤두서와 관련된 여러 유물을 전시한 유물관이 있다. 녹우당 담장을 따라 비자나무를 볼 수 있는 아담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평일에 방문하면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해남 대흥사

▲천년고찰 대흥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대흥사는 미황사와 함께 해남을 대표하는 절집이다. 두륜산 자락을 따라 들어선 가람 배치가 특이한데, 금당천 계곡을 따라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넓은 산간분지에 있는 대흥사는 향로봉, 고계봉, 노승봉, 가련봉, 도솔봉, 혈망봉, 연화봉의 8개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으며, 크게 남원과 북원 그리고 별원의(표충사, 대광명전, 박물관) 3구역으로 나뉜다. 구한말 마지막 의병이 항쟁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일지암의 녹차 체험

▲차의 성지, 일지암

해남 두륜산 일지암은 초의 선사가 39세였던 1824년에 지어 40여 년간 머물며 한국 차 문화를 중흥한 암자다. 초의 선사는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명사, 시인, 예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이곳에서 다서(茶書)의 고전인 ‘동다송’ 등을 저술해 후세에 남겼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일지암은 197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일지암 앞쪽으로 새로 지은 건물이 있고, 여기서 차를 마시는 체험이 가능하다. 차 맛도 일품이지만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는 남도 풍광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건물 뒤편으로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유천(乳泉)이 있다.

진도대교 아래 바다는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누구나 아는 그 바다, 명량

해남에서 진도로 가는 길목이 명량이다. ‘신에게는 아직 열 두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최근 일본과 관계가 틀어진 이후 다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진도대교 바로 아래에는 우수영 국민관광지가 있고,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울둘목 바다의 격랑과 회오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진도 아리랑과 강강술래

진도향토문화회관은 주말마다 상설 공연을 진행, 1997년 4월부터 22년간 무려 35만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펼치는 공연은 진도의 아리랑과 씻김굿, 들노래 등을 짧은 시간동안 맛볼 수 있는 형태다. 공연장의 규모가 상당하고, 출연자들의 수준 역시 타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운림산방

▲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운림산방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화가 소치 허련 집안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화실의 당호다. 봄에는 목련, 여름에는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이 집은 진도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나무 하나하나 사연이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 재미있다. 아담한 전시장이 있어 소치 집안의 화풍을 시대별로 느껴볼 수 있다. 조선 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小痴 許鍊)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다. 1856년 9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이름은 운림각이라고 지었고 거실은 묵의헌으로 지었다. 마당에는 연못을 만들고 다양한 꽃나무를 심었다. 지금 모습은 1982년 허형의 아들 허건이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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