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J돌의 K돌화”…로켓펀치, 성공적 데뷔의 이유

울림엔터테인먼트 새 걸그룹 로켓펀치가 지난 7일 미니앨범 ‘핑크펀치’로 데뷔했다. 그리고 즉시 괄목할 성과를 냈다. 걸그룹 데뷔로선 1년에 한두 번이나 겨우 나올 드문 성공이란 평가다.

 

로켓펀치는 7일 오후 6시 음원공개 직후 최대음원사이트 멜론 7시 차트에서 86위로 차트 인에 성공했다. 멜론 차트 개혁 후 신인아이돌은 물론 아이돌 자체의 차트 인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그런 탓에 2018년부터 1년8개월여 동안 걸그룹 데뷔곡이 음원공개 직후 멜론 차트 인한 경우는 아이즈원과 있지 둘뿐이었다. 하나는 ‘프듀 그룹’, 다른 하나는 ‘3대 기획사 그룹’이다. 여기에 중소기획사 그룹 로켓펀치가 가세하게 된 것이다.

 

다른 지표들도 많다. 데뷔 즉시 최대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 3위 내로 입성, 다음날 새벽까지 상위권에 머물렀다. 10대 검색어에선 1위까지 올랐다. 타이틀곡 ‘빔밤붐’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급상승 동영상에 올랐다. 꼬박 3일간 울림과 원더케이 채널을 합쳐 700만 뷰를 넘어섰다. 피지컬 음반판매 역시 호조다. 발매 4일차로 걸그룹 데뷔앨범 역대 초동기록 7위로 올라섰다. 그나마도 물량예측 실패로 품절사태를 빚어가며 머물러버린 수치다. 거기다 기존 기록 1~6위까지는 ‘프듀 그룹’ ‘3대 기획사 그룹’ 그리고 ‘프듀 그룹 출신 멤버들이 합류한 그룹’이 전부다. ‘프로듀스48’에 출연은 했지만 모두 탈락한 연습생들과 비공개 연습생들로 구성된 로켓펀치는 개중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이처럼 눈에 띄는 로켓펀치 데뷔성공엔 여러 요인들이 지목된다. 먼저 타이밍이 ‘의외로’ 좋았다. 대중적인 걸그룹 곡이 쉽게 확산되는 여름시즌에 뜻하지 않게 잠시 공백이 생겼다. 기대했던 그룹들이, 불발까진 아니어도, 생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한편 한일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시점에 론칭되는 일본인 멤버 포함 그룹이란 점에서 이목을 끈 부분도 크다. 좋은 쪽이건 아니건 언론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목은 끌어도 딱히 비난받을 이유는 또 없는 노이즈다. 순수화제성 측면에서 이상적인 포지션이 나왔다.

 

콘텐츠 자체 면면도 언급될 필요가 있다. 일단 멤버들에 대한 호평이 많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매력을 지닌 멤버들로 고루 갖췄단 평가다. 이기용배가 작곡한 타이틀곡 ‘빔밤붐’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트로피컬 하우스 느낌에 재치 있는 구성이 귀에 신선하게 꽂힌다. 데뷔 직전 불과 일주일여 동안 프롤로그 영상 등 각종 홍보영상들을 매일매일 몰아쳐 기대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단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역시 결정적 트리거는, ‘프로듀스48’에 출연했던 일본 AKB48 출신 멤버 타카하시 쥬리 존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듀스48’ 종방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프듀 특수’를 말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그런 식이면 (여자)아이들 역시 전소연 존재 탓에 ‘프듀 특수’라고 말할 수 있다. 무리가 많은 해석이다. 그러나 타카하시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탈락자 출신들 중 역대 타카하시 쥬리만큼 추후 사정이 꾸준히 언론 보도된 연습생, 그 사연이 실제로 화제가 되며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린 연습생도 또 없다. 그것도 거의 1년여에 걸쳐서다. 역대 가장 화제성 높은 탈락자다. 로켓펀치 역시 아직 팀명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부터도 아이돌 팬들에게 ‘쥬리그룹’ ‘쥬리걸스’란 식으로 불렸다. 데뷔 전부터 팀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도와 인지도가 어느 정도 확보돼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

‘프로듀스48’은 사실 그 테마가 좀 인위적일 정도로 뚜렷했다. ‘문화교류를 통한 한일 간 우정’이다. 결국 아이즈원 멤버가 된 미야와키 사쿠라와 이채연이 그 테마를 명확히 구현해줬다. 그런데 이는 사실 ‘프로듀스48’의 표면적 테마였을 뿐이다. 그 속내로서의 테마는 따로 있었다. ‘J돌의 K돌화’,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이제 글로벌화 된 K팝이 J팝 아이돌을 ‘흡수’할 수 있다는 테마다. 그리고 타카하시 쥬리는 바로 이 ‘숨은 테마’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물론 ‘프로듀스48’ 출연 48그룹 멤버들 중 K팝에 숨김없이 애정을 드러낸 건 타카하시 쥬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간절해 보이는 연습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타카하시는 방송이 끝난 뒤 오히려 이 테마를 강화시켰단 점이 다르다. 16위로 낙선해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SNS 등을 통해 ‘프로듀스48’ 시절을 그리워하는 코멘트를 지속적으로 남겼다. 그러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AKB48 최상위권 인기멤버인데다 차기 총감독(리더)으로 지목받고 있었음에도 안정된 기반을 포기하고 한국의 중소기획사로 이적을 감행했다.

 

그렇게 타카하시 쥬리는 ‘프로듀스48’을 방송 이후까지 이어가며 결국 K팝 걸그룹 데뷔로서 그 ‘숨은 테마’를 ‘완성’시킨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프로듀스48’은 아이즈원 결성과 데뷔로서 1차적으로 완결된 프로그램이지만, 궁극적으론 타카하시의 K팝 데뷔로서 온전히 그 테마가 완결된 측면도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한국미디어에서도 타카하시 쥬리의 48그룹 졸업과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적, 그리고 로켓펀치 데뷔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보도한 것이다. ‘프로듀스48’ 시청층의 애착 역시 거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1년여에 걸쳐 존재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 ‘가장 아깝게 낙선한 연습생’조차 아님에도 늘 ‘가장 아쉬운 연습생’으로 남았다. 나아가 같은 맥락이 ‘프로듀스48’을 어떤 식으로건 시청한 해외 K팝 팬층에까지 전달됐다.

 

로켓펀치의 미국 아이튠즈 K팝 앨범차트 1위 랭크가 한 예다. 로켓펀치는 이외에도 베트남과 사우디아라비아, 칠레에서 같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에서도 톱10에 들었다. 한편 데뷔와 함께 일본 야후재팬 실시간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15위에 랭크됐다. 프로그램의 ‘또 다른 주인공’ 타카하시 쥬리에 대한 인상이 그 정도로 깊게 남았던 것이다.

 

어찌됐건 로켓펀치는 현 시점 전도유망하다. 특히 ‘쥬리걸스’라고까지 불렸을 정도 타카하시 쥬리 인지도 독주현상이 데뷔와 함께 멈추고, 관심이 자연스럽게 여타 멤버들로 분산되고 있단 점이 고무적이다. 언급했듯, 충분히 확장성 있는 멤버들들 고루 갖춘 덕이다. 그러면서 이른바 ‘회전문’ 효과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의도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 매우 이상적인 확장패턴이다. 거기다 콘셉트와 음악장르도 잘 골랐다. 블루오션이라고까지 볼 순 없어도, 이 역시 확장성이 매우 높은 노선이다.

 

돌아보면 로켓펀치 성립 베이스가 된 ‘프로듀스48’는 참 신기한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같으면 방영 자체가 불가능했으리란 점을 차치하고 봐도 그렇다. 서바이벌 오디션임에도 초점은 ‘경쟁’이 아니라 국가와 인종, 문화를 뛰어넘는 ‘관계’에 맞춰져 있었다. 아이즈원이 그토록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도, 타카하시 쥬리마저 성공적으로 팀을 론칭할 수 있었던 것까지도, 모두 저 강렬한 ‘관계’에 대한 얘기들을 더 이어가고자 한 팬들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1년 뒤 한일관계가 이렇게 변해있을지, 1년 뒤 ‘프로듀스48’이 어떤 시선으로 평가받게 될지, 무엇이건 예측 불가능했다. 1년 전의 타카하시 쥬리가 지금의 ‘로켓펀치 쥬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처럼. 어찌됐건 ‘프로듀스48’이 남긴 ‘관계’의 씨앗은 이제 새로운 싹들을 여기저기서 틔워내고 있다. 그렇게 ‘표면적인 테마’건 ‘숨은 테마’건, ‘프로듀스48’이 남긴 테마들 역시 수면 위건 아래건 이 일촉즉발 시기에도 그대로 작동중이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문화란 으레 그런 역할을 담당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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