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복면가왕’ 미국판 大성공…이유는?

MBC 예능프로그램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미국판 ‘더 마스크드 싱어’가 미국 광고전문매체 애드에이지 선정 ‘2019년 미국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20’에 뽑혔다. 20개 히트브랜드 중엔 한국브랜드 ‘아기 상어’와 방탄소년단도 포함됐다. 모두 지난 한 해 미국 대중문화계 최대 이슈들로 주목받던 아이템이다.

 

미국 폭스TV를 통해 지난 1월2일부터 2월27일까지 9주간 방영됐던 ‘더 마스크드 싱어’는 사실 생각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회당 평균 약 1157만 미국대중이 시청했다. 정확히 감이 안 온다면, 2018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시즌 미국 전체 TV프로그램 중 시청률 13위, 18~49세 핵심시청층 내에선 전체 3위 기록이다. 그것도 첫 시즌에 말이다.

 

그냥 성공도 아니라 가히 문화현상에 가깝다. 실제로 각 현지미디어에서도 그렇게 취급하고 있다. 애드에이지 히트브랜드 선정 역시 당연한 결과다. 자연스럽게 시즌2가 바로 기획돼 9월25일 첫 방송 예정이고, 내친 김에 시즌3까지 일정이 잡혔다. 그러면서 미국방송사들이 ‘다른 한국예능프로그램’들도 눈독 들이고 있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한국예능의 ‘무엇’이 그리도 다르기에 미국방송사들이 앞 다퉈 판권을 확보하려 드는 걸까. 다른 방송선진국들 예능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한국예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특화돼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요소가 ‘복면가왕’이란 콘텐츠에서 만나게 된다.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미국매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동훈 엔터미디어 대표가 설명한 부분, 즉 “한국인은 음악과 경연을 사랑하며 한국서 가장 인기 있는 예능은 게임 쇼와 음악경연 쇼”란 내용이다. 이 대표는 특히 음악 측면에 주목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현상적 인기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한국인은 확실히 춤과 음악에 유난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방송도 이를 반영해 여러 관련 프로그램들을 양산해왔다.

 

애초 현재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방송프로그램부터가 KBS1 ‘전국노래자랑’이다. 1980년부터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요순위 쇼도 음악시장 성장에 비해 빠르게 등장했고, 공개방송 쇼, 오디션 쇼, 아이돌서바이벌 쇼 등등이 계속 이어져왔다. 방송선진국들 중 이 정도로 음악 분야에 천착해온 나라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 전혀 다른 성격 예능에서도 음악요소는, 비록 이벤트성일지언정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MBC ‘무한도전’은 때 되면 가요제를 열어 현역뮤지션과 고정MC들 콜래버레이션 기획을 성사시켰고, KBS2 ‘남자의 자격’에서도 합창단 에피소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다. 그밖에도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경험도 풍부해지고 역량도 치솟았다. 또 그 인기만큼이나 크리에이티브 인력도 그리로 집중돼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위 이동훈 대표 인터뷰가 들어간 인디와이어 2019년 1월11일자 기사 ‘‘더 마스크드 싱어’ 미국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5편의 한국 경연 쇼’에서 소개한 5편의 한국예능 중 4편이 음악예능이었다. 차례로, JTBC ‘히든싱어’,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KBS2 ‘불후의 명곡’, SBS ‘더 팬’ 등이다. 확실히 이 서브장르에 있어선 한국방송계가 특출 나게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들로 높은 퀄리티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왔단 방증이다.

 

한편, 또 다른 특화 요소도 있다. ‘복면가왕’이 지닌 또 다른 요소, 즉 ‘셀레브리티 예능’이란 점이다. 여러 분야 셀레브리티들이 출연해 자신의 숨은 면모를 드러내는 형식 말이다. 한국대중 입장에선 지극히 평범한 콘셉트겠지만 미국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다르다. 미국예능은 애초 ‘일반인’ 중심 콘셉트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퀴즈 등 각종 게임 쇼부터 리얼리티 쇼, 가수, 모델, 셰프 등 각종 전문직업군 서바이벌 쇼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다.

 

미국서 셀레브리티들이 출연을 마다않는 예능은 사실상 토크쇼 외엔 없다시피 하다. 점점 방송예능 노출을 아끼려는 분위기다. 새 영화나 드라마, 앨범 등이 나올 때나 홍보 차 어쩔 수 없이 토크쇼에 출연하는 정도다. 물론 ABC ‘댄싱 위드 더 스타’, MTV ‘펑크드’ 등 예외는 있지만, 어찌됐건 그 수를 셀 수 있는 수준이다.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일반인 리얼리티 쇼는 2000년 CBS ‘서바이버’ 대히트 이후 완전히 주류를 장악해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1978년 MBC ‘명랑운동회’ 시절부터도 셀레브리티 중심 예능노선을 꾸준히 걸어왔다. 처음엔 일본예능 영향을 받아 비슷한 형식을 취한 것이지만, 2000년대 리얼리티 쇼 시대를 맞이하면서 독자적 아이디어들로 온전한 차별화를 이뤘다. 그만큼 경험도 역량도 출중하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셀레브리티들에게 예능출연이 이미지 소모를 넘어 이미지 확장차원에서 유효한 방법론임을 설득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대중이 셀레브리티들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 콘텐츠뿐 아니라 그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깊숙이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다보니 방송도 그에 적응해 셀레브리티를 그저 웃음소재 정도로 활용하는 일본예능으로부터 탈피했다. 미국예능과는 ‘아메리칸 아이돌’과 ‘슈퍼스타 K’ 차이만큼이나 멀어졌다. 그러다보니 ‘복면가왕’ 등 단순 음악경연 쇼마저도 출연자 ‘이면’을 소개한단 차원이 강하졌다. 음악산업 바깥의 셀레브리티들, 혹은 그 음악적 역량에 의구심이 따라다니는 아이돌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렇듯 차별화된 한국 셀레브리티 예능은 미국방송계로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애초 미국서 처음 한국포맷을 수입해 탄생된 예능이 tvN ‘꽃보다 할배’ 미국판이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NBC에서 똑같이 노년 셀레브리티들을 모아 ‘베터 레이트 댄 네버’란 제목으로 2016년 방영, 최대 810만 시청자를 끌어 모으며 시즌2까지 이어간 바 있다.

 

그리고 그 두 갈래 특화된 한국예능 노선이 만난 콘텐츠가 바로 ‘복면가왕’이란 얘기다. ‘셀레브리티 음악경연 쇼’다. 각 현지미디어에서 ‘기묘한(weird)’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연발될 정도로 미국대중에 낯설면서도, 동시에 한국예능 특유의 노하우가 빛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신선하면서도 충분히 숙성된 콘셉트란 얘기다.

 

물론 이 같은 한국예능 열풍도 보다 넓은 시각에선, 어찌됐건 지금은 한국대중문화 자체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시점이란 차원도 존재하긴 한다. 반대로, 왜 아니겠느냐 말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하고,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한국드라마 역시 미국가정으로 서서히 침투, 한국드라마 자체를 소재로 삼은 판타지드라마 ‘드라마월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예능도 ‘덩달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콘텐츠이기에’ 관심 받고 선택된 부분도 있긴 하단 얘기다.

 

어쨌든 ‘복면가왕’ 미국판 대성공은 한류확산 차원에서 여러모로 고무적인 사건이 맞다. 미국서 터지니 곧바로 독일서도 독일판이 또 터지고, 아마 한동안은 유사한 현상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본래 대중문화 세계최대시장 미국서 인정을 받는다는 게 그런 의미다. 미국시장은 계단식 문화전파논리에서 여전히 그 계단의 꼭대기, 흐름을 아래로 흘려보내며 전파시키는 송신탑 역할이다. 나아가 미국시장은 국내 방송포맷 수출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중국시장이 한한령(限韓令)으로 위축된 후 새롭게 찾아낸 거대시장이란 데 의의가 있다.

 

이제 포맷수출 다음 단계는, 방송사가 그만한 자본력을 지니고 있는 방송선진국들과 그 나라 풍토에 맞는 콘텐츠를 함께 찾아내는, 이른바 ‘기획단계부터의 합작’ 차원이다. 이미 지난해 JTBC ‘팀셰프’가 태국과 합작예능을 실험해본 바 있다. JTBC 측에서 먼저 태국 측에 제안해 세부기획을 함께 짠 순서다. 이제 ‘더 큰 판’으로 가는 흐름만 남았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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