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권대회서 결국 해냈다…남자 수구의 ‘목표달성! 화요일’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 권영균이 승부던지기로 승리를 결정 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목표는 1승입니다.”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은 이번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했다.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적은 있지만 오래 전 일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계와의 격차가 벌어졌고, 메달권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5위에 오른 게 수확이었다. 대회 개막을 한 달 반 앞두고 꾸려진 ‘경험이 전무한’ 여자 수구 대표팀보단 사정이 나았지만 그뿐이었다.

 

 대표팀은 광주수영대회 남자 수구 예선 조별리그 편성에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그리스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세르비아는 지난 2017년 부다페스트수영대회에서 3위, 그리스와 몬테네그로는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던 강호다. 이승재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 감독은 현실을 직시했다. 과한 목표보단 ‘1승’이란 이정표를 설정했다.

 

 이승재 감독의 예견처럼 녹록치 않았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만 72실점을 내줬다. 대표팀이 11득점에만 성공한 걸 감안하면 매 경기가 ‘완패’였다. 21일 열린 카자흐스탄과 순위결정전에서도 4-17로 패했다. 세계 강호에 비해선 나은 상대였지만 분명 강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5회 연속 출전, 그리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까지 수확했던 아시아 최강팀을 꺾기는 무리였다.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승부던지기 끝에 첫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무기력하게 패하면서도 선수들은 의지를 잃지 않았다. 어차피 목표는 1승이었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터였다. 23일 뉴질랜드와의 15-16위 결정전에선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로빙슛으로 상대 골키퍼를 흔드는가 하면 수비도 연속으로 성공했다. 측면과 외곽에서도 이전과 달리 집중력 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저지했다. 이전 경기들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줘 고전하던 모습 대신 마지막 경기에선 비등하게 맞붙는 장면을 연출했다. 4쿼터 종료 30초 전까지 12-12로 호각세를 이뤘고 승부던지기까지 승부를 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 다른 말 대신 “상대 골키퍼 눈을 보라”고 조언했고 다섯 차례 시도를 모두 성공했다. 골키퍼 이진우는 상대 두 번째 스로를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세계대회 첫 출전에서 ‘1승’이란 값진 성과를 일궈낸 선수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이선욱은 “서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종이 울릴 때까지 하자’라고 얘기했던 게 가장 중요했다. 우리나라도 한 단계씩 밟아 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골키퍼 이진우도 “목표로 했던 1승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파티 분위기다”며 “지금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