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보수 조정은 필패?…선수들의 연봉협상 인식이 바뀐다

[OSEN=울산, 이대선 기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2차전에서 89-70으로 이겼다. 경기 종료 후 전자랜드 박찬희가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시대의 변화가 연봉협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다방면으로 열린 덕에 테이블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도 다르다. 박찬희(전자랜드)가 보수 조정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당장 다음 시즌 협상 분위기도 급변할 수 있다. 준비만 철저하다면 말이다.

 

한국농구연맹(이하 KBL)은 지난 1일 보수 조정을 신청한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김선형과 김민수, 송창무(이상 SK), 문태영(삼성)과 이종현(모비스), 그리고 박찬희 등 총 여섯 명이었다. 조정 제도를 시행한 이후 역대 최다 인원이 신청했다. 2002년과 2007년에 각각 다섯 명이 보수 조정 신청 최다 기록이었다.

 

정확히 일주일 후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고 보수 조정의 건에 대해 심의했다. SK 소속 세 선수가 조정을 철회했기 때문에 사실상 나머지 세 명에 대한 심의였다. 이견이 가장 큰 건 박찬희였다. 선수 요구액은 5억 5000만원, 구단 제시액은 4억 5000만원이었다. 1억원이란 차이가 증명하듯 생각이 엇갈렸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KBL이 박찬희의 손을 들어줬다. 정규리그 어시스트 1위와 최우수수비상, 그리고 ‘베스트5’ 등 성적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의미가 크다. 역대 연봉 조정에서 선수 요구액이 채택된 건 2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8~1999시즌 김현국(당시 나산·현 경희대 감독)이 구단과의 연봉 조정에서 승리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당시 7500만원을 요구했고, 구단 제시액은 6500만원이었다. 박찬희 사례는 큰 틀에선 두 번째 사례인데 사실상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KBL이 2009년부터 보수를 조정할 때 선수 요구액이나 구단 제시액 중 하나를 선택해서다. 제도가 확실히 정착한 이후로는 박찬희가 처음인 셈이다.

 

그간 선수와 구단의 협상 테이블은 구단이 주도했다. 구단이 고용주라면 선수는 노동자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곧 연봉인데 농구 시장엔 선수협이나 에이전트가 없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은 경우도 많았다. 조사와 수집에 투자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탓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선수 입장에선 협상 능력이 부족한 만큼 시도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KBL이 중립적으로 사안을 보려 해도 소명에서 차이가 극명했다.

 

선수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선수들 사이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내가 원하는 액을 제시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박혔고 자신감이 생겼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봉 1억원을 자진 삭감한 이대성(모비스) 사례도 변화에 힘을 실었다. 무조건 구단이 원하는 대로 도장을 찍었던 연봉협상은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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