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갈대처럼 유연하게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하게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바람에 저항하는 나무는 꺾이지만, 바람을 타는 갈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올 시즌 절정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32·LA 다저스)의 진짜 ‘마력’은 여기에서 나왔다. 상대 철저한 분석에 윽박지르지 않고, 카멜레온 같은 유연한 패턴의 변화로 또 한 번 호투를 선보였다. 비록 승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류현진이 얼마나 강력한지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2019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볼넷도 단 1개였다. 물론 6피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고, 야수진의 어이없는 연속 실책으로 3실점하며 노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에이스의 존재감은 분명하게 보여줬다.

 

아쉽다. 불안한 야수진이 모든 기록과 승리를 앗아갔다. 1945년 알 벤튼이 기록한 개막 후 15경기 연속 2실점 이하 대기록과 타이를 눈앞에 뒀던 류현진은 이날 3실점으로 역대 2위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실점 이상 허용한 것은 지난해 9월1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등판(5이닝 3실점)이 마지막이었다. 시즌 10승과 MLB 개인 통산 50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다만 평균자책점 1.27로 여전히 여전히 MLB 전체 1위를 지켰고, 지난 4월27일 피츠버그전 이후 11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을 상대한 콜로라도 타선은 류현진을 제대로 분석해 공략했다. 제구가 정확한 패스트볼을 견제하면서, 체인지업을 기다렸다. 1회 무사 2, 3루 위기에 몰리는 데스몬드의 2루타, 선제점을 내준 아레나도의 적시타도 모두 체인지업에 당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몬스터가 아니었다. 2회부터 투심을 확 줄였고, 커브 구사 비율을 늘리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3회도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땅볼을 유도하며 2번의 병살 기회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실책이 나오면서 2실점 했지만, 패턴의 변화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심과 체인지업 비율을 다시 높여 혼란을 줬고, 커브와 앞서 1번 던졌던 커터를 통해 공략했다.

 

류현진의 패턴 변화는 4~5회가 백미였다. 체인지업을 단 2개만 던졌고, 커터를 9개나 던지는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시 6회에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던지면 더는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류현진은 환상적인 5월을 보냈다. 6월 초까지 기세가 등등했다. 다만 류현진도 사람이다. 체력과 구위가 떨어질 시기가 왔다. 이런 시점에서도 승패와 관계없이 연일 선발 투수의 책임과 호투를 선보일 수 있었던 힘은 유연함에 있다. 팔색조 카멜레온과 같은 영리한 패턴 변화는 류현진의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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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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