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소환제’ 거론한 靑, 또 국회 자극… 더 꼬이는 정국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2일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국회와 자살예방을 위해 다리에 쓰인 자살예방 문구 ‘쟤 깨워라!’가 기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재문 기자

청와대는 12일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투표로 파면시키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주장했다.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해산 청구에 이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잇따라 답을 내놓으면서 이틀 연속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국회 파행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보수 심판론’으로 끌고가기 위해 일부러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삼권분립 위반 논란에도 전면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을 더욱 경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연이틀 국회 비판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SNS를 통해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복 비서관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한 번의 선거행위로 위임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국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제도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며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국회의원만 견제받지 않는 나라가 특권이 없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이 공전하고 있는 국회를 걱정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주권자의 입장에서 일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을 ‘일하지 않는 국회’에 돌렸다.

복기왕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청와대는 최근 들어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으로 청와대를 비운 사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국민청원 답변 형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11일 민주당·한국당 해산 청구 청원에 답하며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한 데 이어 복 정무비서관까지 나선 건 모종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청원에 답하는 형식으로 인터넷 여론 주도층에 일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보수야당 책임론’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국회가 자살예방 문구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재문기자

◆보수 야당 강력히 반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야당과 입법부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틀째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이미 ‘사회갈등 조장 게시판’, ‘친문세력 집결지’가 된 지 오래”라며 “청원제도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청와대발 국회 저격과 야당 저격의 전초기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 역시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부가 ‘국민청원’이라는 홍위병을 동원해 입법부를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국회 공세 기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하는 청와대’와 ‘일 하지 않는 보수야당’의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 뒤 이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갈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청와대가 애초에 야당의 협치를 바라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회 때리기’, ‘야당 때리기’로 정국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청와대 역시 이런 정국 경색 구조에서 얻고 있는 정치적 실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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