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닐로 사태’ 그 후…가요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가수 닐로의 음원 사재기 의혹 건이 불거진 지 정확히 1년 2개월여가 지났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개월 후인 7월에는 ‘숀 의혹’이 또 일어났고, 연속해서 주로 발라드계 인디가수들 중심으로 ‘기계’를 동원해 음원 순위를 올린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럼 그동안 ‘달라진 것’ 역시 아무 것도 없을까.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분명 달라졌고, 사실 크게 달라졌다. 다만 이 부분은 좀 설명이 필요하다.

우주소녀, 프로미스 나인

뜬금없지만, 여기서 지난 4일 함께 발매된 걸그룹 우주소녀 여름스페셜 앨범 ‘For the Summer’와 프로미스나인 싱글1집 ‘Fun Factory’ 피지컬 음반판매 현황을 살펴보자.

 

초동 5일차까지 마감된 현 시점 우주소녀는 4만400여장, 프로미스나인은 2만5900여장을 판매한 상황이다. 둘 다 이번 음반초동이 커리어 하이다. 우주소녀 지난 미니6집 초동은 2만5700여장, 프로미스나인 지난 스페셜싱글은 1만7200여장이었다. 거기다 아직 신보들은 초동집계가 끝난 것조차 아니다. 향후 우주소녀는 4만5000여장, 프로미스나인은 3만장 돌파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럼 거의 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그럼 그만큼 팬덤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걸까. 둘 다 꾸준히 유입을 늘리곤 있지만 어떤 시각에서건 ‘이 정도’로 보이진 않는다. 특히 음원 측면에서 그렇다. ‘For the Summer’ 타이틀곡 ‘Boogie Up’은 최대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전작 타이틀 ‘La La Love’보다 11계단 낮은 51위로 진입했고, 다음날 바로 차트아웃 됐다. 프로미스나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틀곡 ‘Fun!’은 멜론 89위로 진입해 전작 타이틀의 98위보다 소폭 올랐지만, 어차피 50위권 밖은 그때그때 차트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이 정도 차이는 유의미하다고 보기 힘들다. 아닌 게 아니라 첫날 멜론 일간순위는 전작 164위에서 167위로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사실 이런 팀들 지금 한둘이 아니다. 걸그룹 차원에선 당장 지난 4월 걸그룹 초동기록을 경신하며 역대 1, 2위에 랭크된 트와이스 ‘Fancy You’와 블랙핑크 ‘Kill This Love’부터가 이런 식이었다. 나아가 보이그룹까지 통째로 놓고 봐도 그렇다. 음반판매량 차원에서 계속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팀들이 근래 워낙 많다. 그리고 그 팀들 중 상당수가 음원 측면에선 제자리거나 오히려 소폭 떨어진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원인은 해외 팬들의 음반구매다. 그러나 그 정도로 열렬한 해외 팬덤이 갑자기 생성될 요인이 없는 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5월20일 미니6집 ‘Once Upon a Time’을 내놓은 러블리즈가 한 예다. 초동 3만200여장을 판매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지만, 음원 상황은 직전 앨범과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 해외 팬덤이 변수를 일으켰단 정황 역시 발견되질 않는다.

 

그럼 대체 뭘까. 상식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원인은 하나밖에 없다. 이제 아이돌 팬덤은 ‘음원’ 승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단 것이다. 그보단 점차 피지컬 음반 쪽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팀을 응원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쪽’에 쏟을 열정과 돈을 이제 ‘이쪽’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애초 각 팬덤이 멜론 차트에 신경써온 건 그게 ‘대중성’의 지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특히 대형 보이그룹 컴백과 함께 차트 줄세우기가 벌어지는 광경을 보면 이를 딱히 대중성 지표라 보기도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어찌됐건 그 외엔 다른 지표가 존재하질 않았기에 ‘스밍총공’ 등 목을 매며 차트 우위를 차지하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 지표마저 ‘기계’든 ‘노하우’든 간에 낯선 발라드 가수들이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니 더 이상 지표로서 기능하기 힘들만큼 ‘오염’됐다 여기게 된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차트 결과들이 이어지니 그 ‘가치’가 폭락해버린 셈이다. 거기다 무력감도 생겼다. 아무리 팬들이 스밍해가며 응원해봤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메커니즘에 의해 번번이 1등을 놓쳐버리니 의욕도 그만큼 떨어진다.

 

반면 피지컬 음반은 상대적으로 ‘정직’해 보인다. 사재기 의혹이 일어나도 팬들이 직접 검증해볼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고 투명하다. 특히 저 ‘이해하기 힘든 차트 1위 주인공’들이 섣불리 치고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다.

 

한편 보다 큰 차원에선, 이제 아이돌 팬덤도 현 대중음악시장 분위기에서 ‘대중성’이란 게 얼마나 허랑한 개념인지를 인지해가고 있다 볼 수도 있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모든 대중문화시장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다. 닐로 사태는 그 진행에 가속을 붙여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린 뒤 대중문화시장에서 한두 가지 트렌드나 소수 스타들이 전체 대중에 어필하고 시장을 끌어가는 모습은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대중은 거대한 콘텐츠 창고 인터넷에서 자기 취향대로 선택한 작은 조각들로 철저히 나뉘어 소비한다. 모든 이들이 다 같은 걸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알아봤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점차 애매해지고 있다. 모두가 다 아는 노래는 대형마트 로고송이고, 모두가 다 본 영화는 연휴기간 시간이나 때우고 바로 잊어버릴 코미디영화다. 거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말이다.

 

결국 남는 건 ‘팬덤’이고, 관건은 그 팬덤의 ‘크기’가 된다. 그리고 그 팬덤의 크기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도 이미 목격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차트 1위 성과다. 모든 미국대중이 다 방탄소년단을 알아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미국 내에서 그 ‘팬덤’이 점점 규모가 커져 얻어낸 결과고, 이제 그 성과로 비로소 대중적 인지도까지 얻어낼 기세다. 반대로, 대중이 선택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닐로와 숀 등은 과연 현 시점 ‘대중성 있는 뮤지션’이라 말할 만한 위치가 맞느냐 말이다. 향후로도 어려워 보인다.

 

이제 이 모든 요인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오염돼 보이는 차트, 오염될 수 없는 특수시장, 점차 허랑해져가는 대중성 개념, 팬덤의 힘으로써 할 수 있는 것. 선택은 간명해진다. 이미 굿즈화 된지 오래인 피지컬 음반판매로의 ‘몰빵’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닐로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지 ‘닐로의 나비효과’란 얘기다. ‘대중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걸그룹 시장까지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꿔버린 거대한 날개 짓이다.

 

모든 종류 사건은 결국 어떤 식으로건 그 상흔을 남긴다. 대중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대중심리에 의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중심리 그 자체인 대중문화시장에서 더 치명적으로 상흔을 남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닐로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기점, 오래 기억될 테제로 남을 수도 있겠다. 페이지는 넘어가도 그 페이지에 떨어뜨린 잉크자국은 다음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로 계속 묻어나게 되는 것처럼.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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