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게임중독이 질병일까?

과거 뉴스에서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실험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됐는데 실험 방법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PC방’에서 임의로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이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등장한 기자의 멘트는 “갑자기 전원이 내려간 상황에서 이들은 화를 내고,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들의 이런 행동의 원인이 바로 ‘컴퓨터 게임’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컴퓨터 게임이 이렇게 사람들을 난폭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사실 정확히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외부의 요인으로 그것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을 때 생기는 심리적인 변화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꼭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상황에 대입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컴퓨터로 과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전원을 내려도 같은 결과였을 것이고, 방송 도중 방송국의 전원을 내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과제가 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방송이 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요즘 다시 게임이 사회적으로 핫한 이슈가 되고 있다. 게임 과몰입이 질병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28일까지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을 의결할 계획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 이용 장애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2)다른 삶의 이익이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 시, 3)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의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함에도 게임을 지속 등의 문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이를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정신의학계 일각에서는 게임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이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케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질병으로 지정해서 특히 게임으로 곤란을 겪는 아동·청소년에게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게임 중독의 핵심 기준인 금단 현상과 내성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게임 과몰입에 대한 종적 연구가 부족하고,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공존 질환과 지나치게 밀접하다고 지적한다. 또 게임 중독의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너무 많은 사람을 환자로 몰고 갈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수험생들 사이에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ADHD 치료제가 유행한다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게임 이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부모 세대가 게임이용장애를 치료한다며 멀쩡한 아이들을 병원으로 내모는 것 역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과 문화에 있어 선진국 대열에 있다. 5G가 상용화되면서 가상현실이라는 공간 창출로 게임과 현실의 벽도 허물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질병이라는 단어로 게임을 규제하려 한다면 과연 우리는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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