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적장마저 홀린 불펜’… KIA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KIA 하준영, 전상현, 문경찬.

[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감탄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KIA 불펜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KIA는 ‘최악’이었다. 경기력보단 분위기 자체가 좋지 않았다. 김기태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기 위해 자진 사퇴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덕망이 높았던 만큼 충격파가 컸다. 코칭스태프도 개편했다.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한 베테랑들은 자책했고 젊은 선수들도 고개를 떨궜다. 에이스 양현종은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울먹이기까지 했다.

 

반전의 계기로 작용한 걸까. 계산이 서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세 경기에서 우세 3연전을 신고했다. 21일부터 광주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에서도 위닝시리즈를 올렸다. 아직 하위권이지만 분명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모양새다. 침묵에 빠졌던 야수들의 방망이는 예열을 마쳤다. 조기에 무너지기를 반복했던 선발 투수들도 마운드 위에서 버티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원동력은 불펜이다. 하준영-고영창-전상현-문경찬이 ‘안정’을 찾았다. 매 등판마다 상대 타선을 압도한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더라도 차례로 나와 실점을 막는다. 21일 롯데전이 대표적이다. 외인 투수 조 윌랜드가 4이닝 만에 6점을 내주고 공을 넘겼다. 위기였던 상황을 불펜 투수들이 기회로 바꿨다. 하준영이 2⅓이닝 무실점, 고영창이 ⅔이닝 무실점, 전상현과 문경찬이 각각 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어느 때보다 값어치가 높은 1승이었다. 이튿날엔 이민우-고영창이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고 전상현-문경찬이 3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마감했다.

 

적장마저 홀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진, 부상, 불운이 겹쳤던 불펜진이다. 당장 한 달 전에는 이른바 ‘사직 참사’도 있었다. 이번 광주 롯데 3연전에서도 불펜이 무너졌다면 사직 3연전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다만 그때와 달리 불펜진이 위기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이 안정되자 타자들도 힘을 보탰다. ‘2017 챔피언’ KIA다운 모습을 되찾은 셈이다. 양상문 롯데 감독도 KIA 불펜진의 화력을 인정했다. “불펜 투수들 모두 구위가 정말 좋더라”라며 쉽게 공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물쇠가 튼튼하다면 도둑 들 일이 없다. 굳건한 불펜진이 지키는 KIA 뒷문도 뚫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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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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