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한국영화가 가장 잘 하는 것

봉준호 감독 신작영화 ‘기생충’이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첫 상영될 예정이다. ‘기생충’은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되는 한국영화들 중 유일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당연히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런데 여기서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과연 칸영화제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수상이 한국영화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랄 게 있긴 한지에 대해서다. 지금 시점이면 그런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이제 3대 국제영화제 자체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영화산업의 글로벌시장 입성을 위한 ‘지렛대’는 대체 어디서 찾아야할까.

 

상황을 천천히 살펴보자. 일단 현 시점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 영화시장은 20년 전과 판도가 크게 바뀌어있다. 정확히 현 한국영화시장 구도와 같은 모습이 여러 대규모 영화시장들에서 재현된다. ‘미국+자국’ 영화구도로 시장의 95% 이상이 채워진다. 살가운 자국영화 아니면 모조리 할리우드 영화로만 소비한단 얘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던 프랑스, 홍콩, 이탈리아 영화들은 사실상 해외로 넘어가면 아트하우스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배급만을 얻게 된다.

이런 식이면 3대 국제영화제 수상도, 최소한 산업적 차원에선 무의미해 보인다. 수상해봐야 싼값에 팔려 각국 아트하우스에서나 상영될 뿐이다. 일반 상업영화로서 기능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아트하우스 영화시장이 부실하고 이른바 ‘개성적 상업영화’로 승부하는 분위기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 아트하우스 판매조차 잘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근래 해외마켓 차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한국영화들은 대부분 각 영화제 경쟁부문 수상과는 무관한 비경쟁부문 출품작들, ‘한국이 잘 만든다’고 알려진 ‘개성적 상업영화’들이었다. 곧 개봉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존 윅 3: 파라벨룸’ 제작진이 오마쥬했다고 직접 밝힌 한국영화 ‘악녀’가 대표적이다.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고 칸 마켓에서만 115개국에 선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마켓 성과 덕택에 ‘존 윅’ 제작진에까지 눈에 띈 셈이다.

 

언급했듯, 한국영화산업은 눈에 띌 정도로 저예산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기능하지 못하는 시장, 대신 아트하우스 영화들의 독특한 경향을 흡수한 ‘개성적 상업영화’들이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어떤 의미에선 한국 아이돌산업과 유사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씬 경향과 인력들까지 흡수한 ‘개성적 범용상품’이 대중음악계 전체를 끌어 모으게 된 시장. 그리고 바로 그런 독특한 ‘경계상품’의 매력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어쩌면 이번 칸영화제에 대한 시각도 이 같은 차원에서 재편돼야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우린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저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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