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뒷이야기] 장민재, 남몰래 간절히 준비한 “나는 선발투수다”

[스포츠월드=대전 권영준 기자] “(장)민재 형∼, 덕분에 승리투수 됐다고 얘기했다.”

 

한화 더그아웃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지난 14일 대전 키움전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선발투수 김민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반 포크볼이 높게 떴는데, 민재 형이 낮게 던지라고 조언해주셨다. 이후 제구가 잡히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말이 끝난 직후 장민재(29)가 슬그머니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 모습을 본 김민우는 “형~ 형 덕분이라고 얘기했다”라고 소리쳤고, 수줍게 웃으며 얼굴이 붉어진 장민재는 손사래를 치며 라커룸으로 쑥 들어갔다. 현장은 웃음바다였다.

 

장민재는 올 시즌 한화 토종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는 핵심 선발투수이다. 개막 직후까지 불펜조에 속해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으나, 애초 계획한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리면서 선발조에 투입한 소방수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특유의 포크볼과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을 바탕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15일 현재 4승1패를 기록하면서 다승 부문 공동 9위에 올라있다. 팀에서는 외국인 투수 채드 벨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장민재의 활약과 관련해 많은 분석이 쏟아졌다. 포크볼이 날카로워진 부분도 있고, 제구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면서 경기 운용도 좋아졌다는 의견이다. 장민재 역시 “나는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그래서 제구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매 순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자에도 ‘제구력이 살길이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대부분 투구 메커니즘적인 부분에서 성장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바로 남몰래 선발투수를 준비했다. 때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애초 맡은 역할은 불펜이었고, 불펜조에 속해 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장민재는 “역할에 맞게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개인적으로 선발투수 준비도 남몰래 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준비한 것일까. 장민재는 “롱릴리프로 준비하면서도 마음가짐은 ‘나는 선발투수다’라는 생각으로 훈련했다”면서 “섀도 피칭을 할 때도 다양한 구종을 실험했다. 연습경기에서 불펜으로 투입돼도 선발투수에 맞는 경기 운용을 했고, 투구 패턴도 그렇게 가져갔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매일 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따로 준비한 부분이 지금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장민재는 대형 유망주가 아니다. 스스로 “2군에도 많이 갔고, 패전 전문 역할도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투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장민재는 “프로에서는 생존하는 선수에게만 기회를 준다. 나도 아직 기회를 다 잡은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하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나 같은 투수도 포기하지 않았더니 기회가 왔다고 얘기해준다”고 덧붙였다.

 

장민재는 팀에서 선후배를 잘 챙기는 선수로 덕망 높다. 이날 김민우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보며 조언을 해줬고, 경기 직후 가장 먼저 어깨를 두드려준 선수도 바로 장민재였다. 또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최재훈과 지성준을 향해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장민재는 "다들 오해를 하시는 데, 최재훈 선수는 분명히 나보다 형이다"라고 웃음보를 터트리더니 "재훈이 형과 언제나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내가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큰 도움을 주신다. 성준이도 마찬가지"라며 "재훈이 형과 성준이는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최고의 포수들"이라고 활짝 웃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나는 선수 시절 좋은 공을 가진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꼭 이기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텼다”라며 “장민재를 보면 선수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마음을 전했다. “나는 선발투수다”라고 외친 장민재의 간절함이 마운드를 향해 감동의 울림을 주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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