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잘가요, 내 영웅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 3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날 104만6727명을 불러모으며 누적 관객 수 321만8368명을 기록했다. 같은 날 스크린 좌석 점유율은 84.4%, 상영 점유율은 79.7%였다. 현재 예매율은 무려 93.2%다. 

 

지난 24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첫날 역대 최고 개봉 성적인 134만명을 기록했으며 개봉 이틀째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전날까지 국내 누적 매출액은 265억7434만2170원에 달한다.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말 5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어벤져스’ 시리즈 기록을 제치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 영화의 흥행은 진작부터 점쳐졌던 것이고 오히려 일찍 본 사람들의 스포일러가 걱정될 정도였다. 요즘은 아무 상관 없는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정치 카테고리 기사 댓글에서도 스포일러를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도 개봉 날에 맞춰 몇 번의 예매 실패를 맛본 후 맨 앞자리에서 고개를 꺾으며 봤다. 그 인기를 실감했지만 모든 스포일러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후 영화관에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쯤 미리 영화를 본 사람의 엘리베이터에서의 한마디가 아직 생각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예전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외치고 갔던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이후 오랜만에 경험한 기분인 듯했다.  

 

영화 상영 시간은 미리 알려진 것처럼 3시간 가까이 됐었고 3시간이 30분처럼 느껴졌던 영화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예전 중학교에 다닐 무렵 봤던 타이타닉이 4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순삭’ 되더니 ‘이렇게 빨리 영화가 끝났나?’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놀라웠던 점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히어로 무비를 보고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을 상상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2∼30대를 함께 했던 지난 10년간의 영웅들을 떠나보내려는 마음에 다들 추억에 잠겼었는지 나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해 힘이 들 정도였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테마가 있는 어떤 시절의 음악에 심취하게 될 때가 있다.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며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마블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당시 처음 등장한 아이언맨에 감탄했고 영화 속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인생을 동경했다. 그와 같은 인생을 꿈꿔 왔었고, 현실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든 건물을 부수며 날뛰는 헐크를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애국심만으로 왜소한 몸집에도 나라를 이끌 수 있는 희망을 준 캡틴을 나 자신을 대입해 존경했고 그가 사랑하는 이를 등지고 얼음 속에 파묻힐 때 누구보다 슬퍼했다. 망치를 든 신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이 모든 영웅이 등장하는 ‘어벤져스’ 1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라운 기술을 지닌 마법사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개미와 거미맨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입이 아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히어로 영화이거나 그저 그런 오락영화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난 10년간 추억과 웃음과 감동을 함께한 이 영화를 보며 이제는 정말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나?’라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동안 즐거움을 줬던 그들에게 한마디 해 보고 싶었다.

 

“잘 가요. 내 2∼30대를 함께 보내준 영웅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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