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국민 여러분!’ 안은진 “연기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해요”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국민 여러분!’에서 두둑한 배짱의 ‘사채업자 꿈나무’로 활약하는 박귀남. 그를 연기하는 신인 배우 안은진의 연기력도 그만큼 두둑하고 당당하다.

 

배우 안은진 이름 석 자 앞에는 ‘급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차근차근 단련된 ‘준비된 배우’다. 작은 역할도 제대로 살릴 줄 아는 섬세한 노력이 다음 작품을 만나게 했다. 싱그러운 이미지부터 코믹, 액션, 카리스마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것도 안은진의 장점이다.

 

JTBC ‘라이프’, 넷플릭스 ‘킹덤’, OCN ‘빙의’에 이어 첫 지상파 도전작 KBS2 ‘국민 여러분!’에서 비중있는 조연까지 꿰찼다. ‘빙의’에서 반전의 걸크러쉬를 담당한 여순경 최연희에서 변신을 선보인 안은진은 ‘국민 여러분!’에서 사채업계의 젊은 큰손 박후자(김민정)의 동생 박귀남으로 분해 어린 나이에 번뜩이는 사업 감각을 뽐낸다. 앳된 외모 속에 뛰어난 정치력과 두둑한 배짱을 감춘 ‘사채업계 꿈나무’ 박귀남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안은진’이라는 이름 석자보다 얼굴을 먼저 알렸다.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키 플레이어로 활약하던 그가 이젠 든든한 조력자로 브라운관을 가득 채운다. 배우 안은진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순간이다.

 

-첫 지상파 도전작이다.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가 ‘국민 여러분!’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표님께서 ‘이제 알바 그만해도 된다’고 하시더라. 정말 기뻤다.(웃음) 오디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왔다. ‘빙의’는 비중이 많지 않아서 촬영 중간중간 시간도 났고, 수입도 일정치 않아서 알바를 꾸준히 하게 됐다. 그 시간동안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나는 학교도, 친구들도 예술 계통이어서 기업 행사 알바를 가면 정말 재밌었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이런 구조에서 일을 하는구나, 팀마다 이런 저런 업무를 하는구나 보면서 경험할 수 있었다.” 

 

-박귀남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내가 신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짙은 배우라면 그 모습을 살려야겠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니까 (웃음)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봐주실 것 같아 짐을 덜었다. 귀남이는 언니(김민정)과의 명확한 관계가 있으니까 언니에게 대하는 것과 그 외의 사람들에게 대하는 모습에 어떤 차별화를 둘까 입체적으로 고민했다. 언니와의 관계성은 대본에 잘 나와있었다. 지금까지는 양정국(최시원)이나 김주명(김의성)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뒀다. 언니와 있을 때는 조금 더 편안하게, 다른 이들과 있을 때는 조금 더 차갑게 연기하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싸가지 없는’ 성격이다. 사실 역할 자체가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말만 잘 하면 좋을 것 같다.(웃음)”

 

-김민정(박후자 역)과 붙는 신이 많다. 후배로서 배울 점도 많을텐데.

 

“선배님을 보면서 정말 많은 힌트를 얻었다. 선배님은 대본리딩 때부터 박후자 캐릭터를 명확하게 쭉 가져가더라. 나도 사람을 대할 때, 후자만큼 강하진 않지만 자매로서 닮은 모습을 가지고자 했다. 선배님을 보고 있으면 정말 너무 잘하신다. 대사 분량이 많은데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다 소화하신다. 대사는 언제 외우고 대체 언제 주무시나 여쭤보기도 했다.(웃음) 옆에서 보면 신기하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운전하는 여비서’라는 설정이 눈에 띈다.

 

“원래 운전 기사분은 따로 있었다. 첫 촬영 3일 전에 감독님께서 운전을 할 줄 아냐고 물으시더라. 언니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귀가 있으면 리얼리티를 해칠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그런데 운전하며 연기 하는 게 참 어렵다.(웃음) 평소에 TV를 보면서 운전하는 신을 보면서 저렇게 운전하면 분명 사고가 날거라 생각하곤 했었는데..(웃음) 연기를 하면 눈으로 명확히 감정이 드러나야 하는데, 운전까지 하려고 하면 산만해진다. 처음엔 너무 어색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연극 무대에서 매체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공연은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단편 영화를 촬영했는데, 그때마다 너무 재밌더라. 편집돼 나오는 ‘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한 번 올라가면 끌고가는 힘으로 쭉 가야한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는 편집을 거치면서 의도가 더 나타나기도 해서 좋더라.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들이 있다(웃음). 드라마를 촬영하면 한 컷 찍고 ‘오케이’ 사인이 나는데, 그 때마다 너무 좋다. 공연은 첫 공연까지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예전에 ‘무한동력’이라는 작품에 참여했었는데, 연출을 맡은 박희순 선배님께서 나에게 ‘지구력보다는 순발력이 강한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많이 공감했다. 나는 힘이 떨어지면 끌고 가는 힘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조율해서 때마다 변화를 주는 능력이 더 높은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도 매체의 매력을 느꼈다.”

 

-직접 경험하고 느낀 두 무대의 차이점이 있나.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연기를 하는 도중에 오픈하니까 확실히 반응이 빠르다. 확인하면서 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순발력과 암기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반면 공연은 연습 기간동안엔 끊임 없는 고민이 있는데, 시작하고 나면 계속 같은 공연을 한다. 같은 연습을 반복하면서 어떻게 풍성한 공연을 만들까 생각을 하게 된달까. 두 장르는 머리가 다르게 굴러 가는 것 같다.(웃음) 각자의 매력이 너무 다르다. 지금은 방송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병행하고 싶다.”

 

-배우 안은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단 시청자들이 처음 보는 배우이지 않나.(웃음) 예전부터 스스로 생각했던 매력은 ‘보통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더 인간다운 느낌이랄까. 꾸미기에 따라 달라진다. 캐릭터에 맞게 예쁘게, 혹은 못 생기게 변화할 수도 있다. 보통을 대변할 수 있는 편안함이 나의 장점이다.”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평소 성격인가. 

 

“일단 연기가 너무 좋다. 지금은 하나하나 배워가는 시기다. 조금은 실수해도 괜찮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하다 보면 못할 수도 있다. 그걸 인정하면서, 동시에 배울 점은 많으니까 그 시간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연기로 직업을 가진다는 것,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더 감사해서 그런 것 같다. 오래 힘들지 않고 비교적 빨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 더 그렇다. 나는 나이 드는 게 좋다. 어렸을 때보다 상처도 덜 받고,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일 할 때 요령도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다. 그런 모든 이유로 지금의 나이가 너무 좋다. 의욕 있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다. 스물 아홉, 서른이라는 숫자에 다른 생각은 없다. 계속 철 들지 않은 채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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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매진아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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