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존중’ 없는 정치권, 부끄러운지 모르는 ‘이기심’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정치인에게 ‘규정’만 있고, ‘존중’은 없었다. 부끄러운지 모르고 ‘우리는 규정상 잘못이 없다, 몰랐다’고 발을 뺐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정치인이 시민에게 외면받는 진짜 이유이다.

 

자유한국당 선거 운동원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대구전을 찾아 4.3 재보선 선거 유세를 펼쳤다. 경기장 관계자의 저지에도 막무가내로 뚫고 들어와 선거 운동을 펼쳤다. 경기장에서 이런 모습은 흔한 일이다. 구단에 문의도 없이 경기장을 찾아와 “내가 어디 국회의원인데 VIP석으로 안내하라”는 모습을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다. 이마저 정치인이 직접 하지 않는다. 보좌관이나 수행 비서들이 ‘나∼리’를 모시며 소리친다.

 

이번 논란은 프레임 자체가 잘못 짜였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중립성 및 차별금지'라는 축구계 규정을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명확한 답변을 듣고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또는 축구 규정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초 ‘사과합니다’가 아니라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경남이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받고서야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규정이 아니다. 프레임 자체가 규정을 두고 혼란을 겪어 발생한 사안으로 가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축구장에 왜 왔냐’는 원론적인 목적부터 짚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정치인들이 선거 운동이 아니라면 축구장을 찾았을까. 앞서 이들이 한 번이라도 경기장을 찾아 시민이 어떻게 축구장을 관전하고 있고, 시민 구단이 지자체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살펴봤을까.

경남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민 구단의 혁명’을 일으켰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경상남도’라는 브랜드를 아시아에 알리고 있다. 평소에는 축구, 넓은 범주로 스포츠에 관심이 전혀 없으면서, 자신의 이익과 목적이 생기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았다. 이들의 관심은 축구와 축구장이 아니라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것을 위해 ‘축구’라는 콘텐츠에 큰 피해를 줬다. 이기심이다. 이것부터 명백한 잘못이다. 

 

이 과정에서 ‘존중’도 없었다. 경남 구단 측은 이들의 입장을 제지했다. 하지만 이를 뚫고 관중석으로 들어왔다. 경남 구단 관계자도 한 사람의 시민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입장권을 구매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입장권 없이 입장했다면, 이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경남 시민들은 축구라는 콘텐츠를 돈을 주고 구매해 즐긴다. 지난 2일 경남은 전북을 상대로 0-3에서 3-3을 만드는 기적을 보여줬다. 축구팬은 "돈이 아깝지 않은 경기를 봤다"고 한다. 이 작은 입장권 수익은 다시 팬 서비스 자금이 되고, 프로축구의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고 입장했다면, 선거 운동을 위해 축구라는 콘텐츠를 절도한 것이다. 축구 관전이 목적이 아니라, 선거 운동이 목적이었기에 구매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정치권은 최근 스포츠판에 개입하고 있다. 가까운 프로야구에서도 야구장 명칭이나 건설 용지에 대한 이견으로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진정 스포츠를 위해서 그렇게 나섰을까. 이들의 행보로는 ‘절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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