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선발 와르르, 임찬규의 무난한 출발이 반가운 이유

[스포츠월드=인천 이지은 기자] "또 한 번 꾸역꾸역 막았네요."

 

임찬규는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SK와의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결과는 5이닝 8피안타 3실점. 선발의 호투 기준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승리 요건을 갖추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은 1점 차의 리드를 6-3까지 벌리며 임찬규에게 시즌 첫 승을 안겼다. 개막 후 치른 세 경기를 모두 이긴 LG는 SK의 연승 행진을 끊고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대를 압도했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방망이가 가장 뜨거운 타자 한동민을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들어갔고, 1회부터 여지없이 홈런포를 허용했다. 2회에는 김강민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폭투까지 범하며 흔들렸고, 결국 최항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했다. 3회와 4회 모두 선두타자에 안타를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그러나 실점을 최소화했다는 건 고무적이다. 한동민에게 허용한 홈런은 솔로포에 그쳤다. 지난 이틀간 이곳에서 벌써 4홈런이 쏟아진 데다가, 임찬규가 비교적 피홈런이 많은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3회에는 노수광-한동민 테이블세터에게 단타와 2루타를 내주며 시작했는데도 실점은 없었다. 둘을 다시 만난 5회에는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최정까지 땅볼로 잡아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로맥은 세 번 상대해 2번이나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정상 로테이션대로라면 임찬규는 팀의 4선발이다. 그러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차우찬이 다소 늦게 합류하게 됐다. 4월 초를 복귀 시점으로 잡으면서 많게는 두 번의 등판을 거르게 된 상황. 본의 아니게 조금 이른 출격을 하게 됐지만, 마운드에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이날 전국의 구장에서는 각 팀의 3선발이 등판했다. 주로 최근 몇 년간 선발 경험이 있는 젊은 국내 선발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KIA와 한화의 선발이 나란히 조기강판됐다. 팀의 4선발인 임기영은 외인 선발 조 윌랜드 대신 하루 일찍 등판했으나, 4이닝 8피안타(3피홈런) 8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재영은 3회 줄곧 안타를 얻어맞으며 2⅔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더 일찍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KT 이대은은 창원NC파크에서 치른 자신의 KBO리그 데뷔전에서 1회부터 장타를 허용하며 흔들렸고, 결국 5이닝 7피안타(3피홈런) 4사사구 7실점(5자책)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임찬규의 무난한 출발이 더 반가운 이유다. 경기가 끝난 뒤 임찬규는 "오늘 첫 등판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공이 몰렸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안타를 너무 많이 맞았다. 이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래도 지난해 제가 하나 배운 게 있다. 꾸역꾸역 막는 것이다. 오늘도 무조건 막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우찬이 형이 빠졌다고 해서 부담을 갖거나 하진 않았다. 형들이 안 그래도 '3선발 된거냐'고 놀렸는데, 그때도 '4선발에서 한 칸 당겨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어찌 됐든 우리 팀이 연승을 이어가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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