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모든 역할이 빛난 작품…큰 자극 됐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국민 남편’에서 ‘국민 큰형’으로 거듭났다.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신 배우 유준상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지난 14일 종영한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그린 작품.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라는 질문 아래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인생 가족극’으로 거듭났다. 

 

극 중 유준상은 어린 동생들을 챙기느라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동생 바보’ 이풍상을 연기했다. 그는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의 무게감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마주하게 된 암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20%의 시청률을 훌쩍 넘긴 ‘왜그래 풍상씨’를 향한 호평도 이어졌다. ‘풍상씨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시청자들은 유준상을 일찌감치 연기 대상 후보로 점찍었다.

 

이렇듯 이풍상은 답답하지만 애틋하고, 바보같지만 공감가는 인물이었다. 유준상은 심도 깊은 캐릭터 분석으로 연기 내공을 뽐냈다. 의상, 손톱 분장 등 디테일한 설정은 물론 걸음걸이와 말투, 표정 하나하나까지 풍상으로 분했다. 그의 빛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왜그래 풍상씨’의 찬란한 엔딩이 가능했다. 

-‘풍상씨’를 향한 극찬이 쏟아졌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기분 좋은 과찬이다.(웃음) 나에 대한 칭찬도 좋지만 우리 팀 모두가 잘 보이게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모든 역할이 다 빛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작가님이 시청자들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초중반에 많은 분들이 답답하다고 하실 때 마다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메시지가 정확하게 나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요즘은 가족끼리 서로 대화가 없고 ‘밥 먹자’고 해서 모이기도 쉽지 않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말 하는 것 조차,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것 또한 힘든 시대가 돼 버렸다. 우리 드라마가 옛날 느낌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그 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에 그 정서를 알고 있다.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우리 세대 이야기로 옮겨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막장’ 꼬리표가 뒤따랐다.

 

“사실 ‘왜 그래 풍상씨’는 진상, 화상 딱 두 명이 말썽꾸러기였다. 생각해보니 집에 한 두 명씩은 이런 인물들이 있는데, 유독 우리 집에 많았을 뿐이다.(웃음) 그보다 더한 일도 많지만 20회 안에 넣다보니 끊임없이 일이 터지고 수습하는 게 일상이 됐던 것 같다. ‘막장’이란 건 삶의 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우리 드라마의 인물들은 그 끝에 다다랐지만 어떻게 화해하고 이겨내는지를 보여줬다. ‘막장’이라는 것은 프레임 중 하나일 뿐이다. 풍상의 대사 속에는 많은 걸 깨우친 철학자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풍상이가 그런 말을 하게 함으로서 더 많은 걸 느끼게 했고, 나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시청률이 25%에 육박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가, 감독님 콤비 덕분이었다. 문영남 작가님의 글을 다른 연출가가 맡았다면 이만큼 전달하기 어려웠을 거다. 나아가 배우들은 첫 연습 때부터 치열하게 연습했다. 다들 베테랑 배우였지만 작가님께 혼도 나고 방과 후 수업도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됐다. 모든 배우들이 끝나는 날까지 대본 리딩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작가님이 대본을 미리 써주셨기에 가능했고, 감독님이 효율적으로 촬영해 주셨기에 시간을 쪼개서 촬영-리딩-촬영을 반복할 수 잇었다. 미니시리즈에서 이렇게 많은 인물이 주축이 돼 캐릭터의 색깔을 보여준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인데 모두의 노력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

 

“많이 찍는다고 중요한 건 아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님이 ‘효율성’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배우들의 감정을 방해하지 않고, 빠르게 준비해 감정이 식기 전에 촬영이 진행됐다. 또한 배우는 스태프에게, 스태프는 배우에게 고마워하는 현장이었다. 어느 날 한 스태프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답하더라. 그 말이 많이 와닿았다. 어느 날은 현장 스태프들 외에도 내부 스태프들도 편집하며 울었다고 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큰 힘이 됐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 된 것 같다.” 

 

-문영남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침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아빠가 너희를 혼냈던 거 미안하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열 살이 넘어가니까 오히려 어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더라. 모른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미안해졌다. 마침 이번 작품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도 그 표현을 하기 위해 인물들을 힘들게 만드셨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본 시청자분들이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반응을 봤을 때 가장 와닿았다.”

-사고뭉치 동생들에 간암 판정까지, 이 많은 감정신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었나.

 

“정말 힘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들이 내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그랬다. 감사하게도 온전히 감정이 다 나올 수 있도록 감독님이 기다려 주셨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그 신을 다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 시간들이 큰 위로가 됐다. 감독님과 의지하면서 힘들 때마다 서로 힘을 나눴다. 사실 환자들마다 병을 겪어내는 과정이 다 다르다. 그 중에서도 나는 못 먹어서 힘든 환자를 선택했다. 실제로 최소한 버틸 수 있는 정도만 섭취하면서 일정 체중을 유지하고자 했다. 3kg 정도 살이 빠졌다. 밖에서 만난 분들이 ‘왜 이렇게 야위었냐’고 물으면 칭찬으로 들렸다.(웃음) 그런 상태에서 연기하니까 감정도 잘 잡히더라.”

 

-바로 뮤지컬 ‘그날들’ 공연에 합류한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나.

 

“원래 2월부터 시작한 공연인데, 드라마가 끝나고 합류하는 거라 주 4-5회를 소화해야 한다. 걱정이 크다.(웃음) 공연은 나와의 약속이다. 나는 공연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편이다. 공연을 끝내면 행복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많고 집중력도 많이 필요하다. 가끔 ‘왜 내가 이 힘든 걸 매일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단련되는 기분이다. 현장에서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짐하게 만든다.”

-이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연차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끝일 것 같다.(웃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박인환 선생님의 노력이었다. 우연히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대본을 외우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순간 울컥 하더라. 70대 중반인 선생님이 대본을 외우고 또 외우는 모습이 큰 자극이 됐다. 배우들이 NG 한 번 없이 독기를 품은 사람들처럼 연기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리셨지만,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셨기에 가능한 현장이었다. 후배로서 내가 어떤 각오로 작품에 임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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