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승리·정준영 지우기 급급…방송사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가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그들에게 계속 기회를 줬던 건 결국 방송사다.

 

 ‘버닝썬 게이트’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대단했다.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단순 폭행사건으로 보였던 것도 잠시, 그 이면에는 마약, 성접대, 경찰과의 유착, 탈세 의혹 등 엄청난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쪽은 연예계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첫 구속 연예인’이 된 것을 비롯해 빅뱅 승리, FT아일랜드 최종훈, 하이라이트 용준형 등은 줄줄이 은퇴 수순을 밟았다.

 방송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단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모양새다. KBS는 ‘해피투게더-1박2일 시즌3’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는 한편, 홈페이지, 재방송, KBS월드 채널 재방송, VOD가 가능한 POOQ(푹)에서도 서비스 중지 요청을 했다. MBC 역시 ‘라디오스타’ 다시보기 서비스 일부를 중단했으며, SBS ‘미운우리새끼’, ‘가로채널’, JTBC ‘아는형님’, tvN ‘짠내투어’와 ‘집밥 백선생2’도 마찬가지. 모두 정준영, 승리 등이 출연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피해자인가. 그렇지 않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을 충분한 검증 없이 복귀시킨 것은 전적으로 방송사의 결정이었다.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은 문제가 불거지면 단발적으로 ‘하차’ 했다가 논란이 가라앉을 때쯤 슬그머니 돌아오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가 돼 버렸다. 일례로 2016년 9월 정준영은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 프로그램에 하차했지만 4개월 만에 복귀했고,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입건됐던 김준호도 7개월 만에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섰다. 이수근, 김용만, 탁재훈, 토니 안 등도 불미스러운 일로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복귀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연예인들의 그릇된 행동 뒤에는 삐뚤어진 특권 의식이 있다. 인기 스타로서 누리를 막강한 권력에 취해 사회적 의무는 뒷전으로 미뤄둔 듯하다. 이러한 일탈을 부추긴 데에는 방송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사고를 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불러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를 예능의 소재로 삼아 희화화시키면서 도덕적 불감증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2015년 tvN ‘신서유기’를 준비 중이던 나영석 PD는 당시 “(신서유기의 목적은) ‘죄인’들이 편하게 예능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제까지 이 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인가. 대중은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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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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