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왜그래 풍상씨’ 신동미 “슬럼프 극복하고 자신감 얻어…셀프칭찬 하고 싶어요”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올해로서 데뷔 18년 차. 배우 신동미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제대로 된 터닝포인트가 됐다. 신동미는 “이제 막 분실이가 된 것 같은데 끝나버렸다”며 짙은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아쉬울 때 이별해야 할 것 같다. 너무나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작품. 극 중 신동미는 넷이나 되는 시동생들을 자식처럼 키우고 거두고, 손이 마를 새 없이 세차장 일까지 해가며 악착같이 살아온 간분실을 연기했다. 간분실은 남편 풍상의 행동에 이혼까지 결심했으나 결국 그의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하는 역할이었다. 작품을 통해 신동미 차원이 다른 눈물 연기로 안방극장을 적셨다. 답답한 가족들의 모습에 발을 구르다가도 속상함과 애틋함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이 시대 모든 며느리, 부인, 딸 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촬영 내내 “너무 속상한 장면이 많았다”고 밝힌 신동미.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아직 작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작품은 끝이 났지만 간분실을 연기한 신동미에게도, 그의 ‘인생 연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지속될 듯 하다.

 

-20% 대의 시청률을 넘었다. 종영 소감은.

 

“처음 시작할 때는 시청률이 13%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올라가더라. 너무 좋았다.(웃음) 팀 분위기가 좋아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감독님, 유준상 선배님을 비롯해서 너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고 좋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마지막 화까지 대본 리딩을 했다. 보통 미니시리즈의 경우 시간에 쫓겨 (리딩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이 대본을 빨리 주셨기에 가능했다. 현장에 작가님도 참석하셔서 대사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처음엔 부담되기도 했는데, 하다보니 모르던 부분도 알게되더라. 엄청난 도움이 됐다. 촬영하면서 혹여나 놓치고 가는 부분은 감독님께서 많이 잡아 주셨다.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

 

-‘신동미의 재발견’이라는 언급도 있었는데.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도, 드라마의 호평도 모두 감사하다. 칭찬은 부끄럽다.(웃음) 작가님이 너무 좋게 써주셨고, 감독님이 놓치고 가는 부분이 없도록 잘 잡아주셨다. 나 혼자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유준상 선배님이 너무 많은 힘을 주셨다. 선배님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파트너복이 있단 생각이 들더라. 특히 유준상 선배님의 파트너가 된 게 ‘신의 한 수’ 같다. 아버지와의 케미도 너무 좋았고, 딸도 그렇다.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인복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됐다.”

 

-‘막장’ 꼬리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20회 안에 극적으로 쏟아 넣어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배우들은 정말 현실적이라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연기 구멍이 없다’고 평가 해주시는 것도 배우들이 현실적이라 느끼고 공감하며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높았다. 그 이유는 빠른 전개 때문이라고 본다. ‘고구마 백 개 먹은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안 봐야 하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 시청하신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간분실의 ‘민낯 열연’이 화제가 됐다.

 

“처음 대본을 받고 유준상 선배님과 47세 동갑인 부부라는 걸 알았다. 47세의 연기를 너무 잘 하고 싶었는데, 당시엔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지금까지 ‘차도녀’ ‘부잣집 사모님’ 역할을 많이했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서민적인 캐릭터가 나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못해봤다. 그러다가 민낯 연기를 결정했다. 어떤 분들은 ‘어떻게 분장 안 한 것처럼 분장하냐’고 묻더라. 분장은 전혀 안했다. 한편으로는 더 편했다. 잠 잘 수 있는 시간이 많더라.(웃음) 눈 뜨면 그대로 현장에 갔다. 리허설 하면서 머리 묶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여배우로서 이렇게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의상은 자칫하면 현실감이 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서울 근교를 돌면서 세차장 아주머니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감독님께 확인을 받고 비슷한 옷과 신발, 가방까지 구입을 했다. 그 안에서 돌려 입으면서 촬영했다.”

 

-감정신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17∼18회는 눈이 계속 젖어 있더라. 너무 많은 감정을 깊이 있게 드러내다보니..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가족들이) 얼마나 내 속을 많이 썼였나. 평생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사건들이 매일 일어나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을 꼽는다면?) 정말 너무너무 많다. 매 회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속상했던 장면은 아빠가 찾아와 소꼬리를 주면서 엄마 이야기를 했을 때, 풍상씨가 간암인 걸 알았을 때 정말 속상했다. 아빠가 자서전을 쓰는 장면, 가족들이 간 안 준다고 소리 지르는 장면도 너무 속상했다. 이혼한 와중에 동생들이랑 해외여행을 가자고 하는 것도 화딱지가 나더라.”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을 꼽는다면 16회 엔딩에 케익을 놓고 미리 당겨서 하는 결혼 기념일 신이 있었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나와 유준상 선배님이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왔다. NG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대로 가주셨다. 배우가 서로 호흡이 맞고, 몰입해서 롱테이크로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그런 기회를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이번 작품 전에 슬럼프가 왔었다. 지금은 극복이 됐다.(웃음) 잘 버텼고, 잘 이겨낸 스스로에게 셀프 칭찬 해주고 싶다. 부족하긴 하지만 해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현장에 갈 때마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초반엔 떨면서 촬영했는데, 나중엔 재밌어졌다. 선배님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었고, 호흡도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15∼16회에서 갑자기 신이 많아지면서 되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촬영을 마지고 나니 분실이에게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연기는 많이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다.(웃음) 그 전까지는 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분실이가 이런 사람이구나 알게된 장면들이었다.”

 

-신동미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스스로에 대해 ‘난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이런 걸 잘 한다’하는 혼자만의 선을 만들어 놨던 것 같다. 그런 선을 깨준 작품이었다. 연기를 하며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 10년 전에는 실제로 배우를 그만두고 광고 AE를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전도연 선배님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했다. 사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영화나 드라마를 못 본다. 내가 그 작품 안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만화책을 빌리러 갔다가 ‘너는 내 운명’ DVD를 빌리게 됐다. 그러면서 전도연 선배님이 나온 영화 ‘접속’ 부터 ‘너는 내 운명’까지 싹 다 몰아봤다. 그러다보니 ‘아, 배우에게는 이런 과정과 시간들이 필요하구나’ 생각이 들면서 내가 얼마나 했다고 고민을 했는지 후회가 되더라. 그 후 KBS 드라마 ‘행복한 여자’,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에 출연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하게 됐다. 그러다 작년에 또 한 번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언제 오느냐만 다를 뿐 이런 고민은 배우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왜그래 풍상씨’는 나에게 CPR이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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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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