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위크엔드스토리] 김현수가 말한다 "LG맨으로 산다는 것은…"

[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우리 선수들은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어요.”

 

올해는 김현수(31)가 LG 유니폼을 입고 뛰는 두 번째 시즌이다. 어느새 LG를 말하는 김현수의 입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내가 주장이 됐지만 우리 팀이 해왔던 것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아직 많다“던 김현수는 “이런 점으로 선수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팀에 오래 있었던 (박)용택이 형, (오)지환이도 많이 도와준다”며 웃었다.

 

사실 김현수는 두산의 색깔이 짙은 선수다. 2006년 김경문 전 두산 감독에게 눈에 띄어 육성 선수로 기회를 잡았고, 2군부터 차근히 밟아가며 ‘화수분 야구’의 중심에 섰다. 김현수였기에 한국 유턴 후 소속팀으로 ‘잠실 라이벌’ LG를 선택했다는 소식은 야구계에 충격이 컸다. 시간이 흘러 영입 2년 차 선수에게 류중일 LG 감독은 ‘주장’의 책임을 맡겼다. 이제 LG의 저연차 타자들은 김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아 프랜차이즈 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 “첫 부상, 재활하는 선수 마음을 알았네요”

 

지난 13년 동안 김현수는 ‘금강불괴’였다. 선수라면 자잘한 부상은 달고 살기 마련이지만 대부분 시즌 130경기 안팎을 출전했을 정도로 잔부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루수로 나선 경기에서 수비 도중 발목을 접질리며 시즌 아웃됐다.

 

“부상으로 1군 엔트리를 빠진 건 처음이었다”던 김현수는 당시를 ‘배움의 시간’으로 정의했다. 재활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었. 김현수는 “재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나마 몇 달 안 쉬었는데도 많이 지루했다”며 “사실 전에는 재활하는 선수들의 상황을 몰랐는데, 지루함이 얼마나 힘든 건지 이제는 알겠다”고 털어놨다.

 

이제 김현수는 자신의 야구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야구는 삼시 세끼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 아침에 아침밥 먹고, 점심에 점심밥 먹고, 저녁에 저녁밥 먹듯, 가끔 입맛 없을 때가 있는 것도 똑같다. 어릴 때는 야구가 안 되면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안 될 때는 끝까지 내려놓지 않고 하던 대로 하다 보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 “타율 0.350·150안타·30홈런? 목표는 더 높아야죠”

 

시계를 지난해 3월로 돌려보자. 2018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류중일 감독은 대표 선수로 참석한 김현수에 대한 기대치를 묻는 말에 “타율 0.250 이상, 150안타 이상, 구장이 좀 크지만 30홈런 이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해보겠다”는 시원한 대답으로 응수한 김현수는 타율 0.362, 164안타 20홈런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홈런 하나를 제외하면 다른 과제는 완수한 셈이다.

 

김현수는 비시즌 구체적인 숫자로 목표를 세우고 들어가는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2년차 ‘LG맨’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성적은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해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 최소한 그 정도는 내가 해줘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신 것 아닌가. 자고로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그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지난해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가을야구’에 남는다. 두산 시절은 물론 미국 볼티모어에서 뛰었던 시기에도 포스트시즌으로 바쁜 가을을 보냈던 터. 2019년 주장으로서 던지는 출사표 역시 가을로 향한다. “남의 가을야구를 보는 기분이 솔직히 그렇게 좋진 않다. 우리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 올해는 꼭 가을야구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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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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