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해외서 떠야 한국서도…K팝 3.0시대의 서막

봄을 알리는 3월에 접어들었다. 그 직전, 지난 2월 한 달 동안도 K팝 씬에선 수많은 컴백이 이뤄졌다. 그중 특히 데뷔 연차가 길지 않은 걸그룹들 컴백이 눈에 띈다. 역대급 데뷔를 장식한 있지, 점차 탄탄한 팬덤을 갖춰가는 드림캐쳐와 이달의소녀, 데뷔 즉시 차세대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혀온 (여자)아이들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화제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들 그룹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국내 음원성적 차원보다 유튜브나 아이튠즈 등 글로벌 서비스 측면에서 역대급, 최소한도 지난 성적을 앞지르는 결과를 낳았단 점이다. 피지컬 음반판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들 지표가 가리키는 원인점은 모두 하나로 집중된다. 해외팬덤의 급격한 증가다. 이 부분을 살펴보자.

 

먼저 지난달 26일 두 번째 미니앨범 'I made'를 발표한 (여자)아이들이다. 타이틀곡 '세뇨리타'는 국내 최대음원사이트 멜론 진입순위 측면에서 직전 디지털싱글 '한'보다 소폭 올랐지만, 더 놀랄만한 건 피지컬 음반판매 쪽이다. 지난 2일까지 1만8000여장이 판매됐다. 초동 마감까지 2만 장 돌파가 유력시 된다. 미니앨범 1집 'I am' 초동은 그 1/10 수준인 2000장대였다. 데뷔앨범이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I am'은 발매 후 9개월 동안 총판이 2만2000여장 정도다. 그렇게 9개월여 동안 조금씩 누적된 유입 팬덤 전체가 초동 주에 모조리 몰렸다? 상당히 어색한 해석이다. 

 

답은 해외팬덤에 있다. 'I made'는 초동 개시 첫날 9500여장을 팔아 충격을 줬다. 그런데 각종 관찰 결과 이중 약 6000여장 이상이 해외물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멤버 우기의 본국인 중국팬덤 측에서 초동 대량구매에 나선 것으로 관찰된다. 첫날 판매의 2/3 규모, 현재까지 누적으로 봐도 1/3 넘게 해외에서 피지컬 음반을 '첫날' 구입해간 셈이다.

 

지난 19일 완전체로서 미니앨범 1집 리패키지 'X X'를 낸 이달의소녀는 좀 더 특이하다. 타이틀곡 '버터플라이'가 멜론 63위로 첫 실시간 차트인을 기록하는 등 국내성과도 인상적이긴 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유튜브, 특히 아이튠즈 성과다. 발매 즉시 아이튠즈 팝 앨범차트 26개국 1위를 차지했다. K팝 걸그룹 중 동시 1위 성과론 역대 3위다. 맞물린 유튜브 상황 역시 만만찮다. '버터플라이'는 3일 오전까지 1883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직전 완전체 타이틀곡 '하이 하이'의 6개월여 동안 조회수가 2084만 뷰다. 이를 불과 보름 만에 앞설 기세다. 이게 멜론 63위 진입 후 다음날 바로 차트아웃한 그룹 해외성과란 얘기다.

 

한편 유튜브 성과 하면 역시 있지다. '걸그룹 명가' JYP엔터테인먼트 새 걸그룹이란 점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그 주목답게 지난달 11일 데뷔싱글 '달라 달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하자마자 역대 데뷔그룹 뮤직비디오 24시간 조회수 기록을 경신했다. 무려 1393만 뷰가 나왔다. 직전 기록이 아이즈원의 455만 뷰였으니 그냥 경신도 아니라 트리플 경신인 셈이다.

 

이 같은 있지 상황이 보여주는 현실은 하나다. 해외팬덤 급증현상이다. 국내 K팝 팬덤 규모는 정체까진 아니어도 그 확장도가 완만한 추세다. 대중성 중심에서 팬덤 중심으로 전체구도가 이동되고 각자 취향별로 파이가 잘게 나뉘어 지는 과정에서 폭발력 자체는 많이 떨어졌다. 반면 해외 K팝 팬덤은 다르다. 늘 새 소식을 주시하는 K팝 전체 팬이 급속히 늘다보니, 마치 오피스가 신장개업 식당처럼, 이른바 '오픈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 그룹이 등장하면 일단 한 번 잽싸게 체크하고 가는 '손님'들이 확 늘었다. 그러다보니 데뷔그룹 뮤직비디오 '오픈' 성적은 점점 빠른 속도로 경신돼간다.

 

지난 2년간만 봐도, 먼저 2017년 8월7일 워너원 '에너제틱'이 기존기록을 경신했다. 403만 뷰다. 이 기록을 7개월여 만인 2018년 3월26일 스트레이키즈 '디스트릭트 9'이 427만 뷰로 경신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아이즈원이 7개월여 만에 '라비앙로즈' 455만 뷰로 경신했다. 이 기록을 있지가 넉달 반만에 트리플 스코어로 경신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록마저 곧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새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방탄소년단 후광을 업고 경신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럼 겨우 한 달여 만의 경신이 된다. 점점 경신주기가 빨라진다. 그리고 그 규모도 해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나아가 이제 해외팬덤은 온전히 '국내' 반향을 가리키는 지표들에마저 침투하고 있다. 위 언급한 (여자)아이들처럼 일단 음반판매량 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달 19일 미니앨범 4집을 발표한 드림캐쳐도 마찬가지다. 초동 1만4700여장을 팔아 직전 앨범 초동기록 9900여장을 1.5배로 경신했다. 마찬가지로 해외물량이 큰 역할을 했단 평가다. 물론 이전부터도 해외팬덤의 음반 '공구'가 낯선 풍경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초동 이후 물량으로서 총판에 기여한단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해외팬덤은 이처럼 '초동'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초동이 잘 나와야 각종 음악방송 순위에 유리하고 기사화도 많이 이뤄진단 점을 해외팬덤도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비단 걸그룹에만 해당되는 현상만도 아니다. 근래 보이그룹들까지도, 어찌됐건 '아이돌'이란 통칭으로 불릴 수 있는 팀이라면 모두 많건 적건 이 같은 해외팬덤 위력으로 위상을 유지하거나 업그레이드되는 현상들을 겪고 있다. 데뷔 10년을 넘어가는 샤이니나 하이라이트 등부터 시작해 NCT, 세븐틴, 몬스타엑스, 뉴이스트 등까지 각종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팀이 드물 정도다. 이처럼 기적적인 방어 또는 확장세 뒤엔 탄탄한 국내팬덤 이상으로 해외팬덤 침투가 역할하고 있단 평가다.

 

이 같은 해외팬덤 급증 현상 원인점은 사실 여러 가지다. 그중 방탄소년단의 미국시장 성공이 지난 1~2년 사이 K팝 서브장르 자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증가시키고 그 팬덤을 고무시켰단 분석이 가장 지배적이다. 텐트폴로서 역할 한 방탄소년단 덕택에 그 수혜를 K팝 씬 전체가 나눠 갖게 됐단 해석이다. 어찌됐건 이 같은 현상 속 자연스럽게 무력화된 통념이 하나 있다. 이른바 '한국서 떠야 해외로도 나갈 수 있다'는 통념이다. 이미 이달의소녀란 극단적 예외 케이스가 등장한 상황이다. 오히려 해외 반향이 너무 커 국내까지 영향을 끼치는 역전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케이스는 향후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K팝이 담긴 냄비는 이미 부글부글 끓다 못해 냄비 밖으로 넘친 상황이다. 거기서부턴 냄비 안 국내 현황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영역이 된다. 그렇게 각자 시장을 찾아가며 포화상태의 국내 K팝 시장에서 발견되고 거래되지 못한 상품들이 소비되는 추세다. 그러면서 해외팬덤 역시 글로벌화 돼가고 있다. 비단 자국인멤버가 속해있는 그룹이어서 소비한단 단순공식을 넘어서고 있다. 예컨대 아이즈원 일본인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최대팬덤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에 있단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함께 글로벌화 되고 있다. 그러면서 잠재소비규모도 폭증 중이다.

 

그럼 지금부터의 과제는 조금 다른 차원이 된다. 이 자유자재 갖가지 방향으로 급증하는 해외팬덤을 과연 어떤 식으로 수익화시킬 것인지 문제다. 가장 가까운 발상으론 모든 아티스트들 최대 수익처인 공연시장 개척이 있다. 그럼 그 공연시장은 또 어떤 식으로 발동돼야 하며 어딜 본거지로 삼아야 할 것인가. 중심논의 자체가 달라져간다. 업계 내에서조차 '껌장사'라 폄하하는 손바닥만한 국내음원시장 승부처를 크게 벗어난 판이 돼가고 있단 얘기다.

 

그런 점에서 위 '한국서 떠야 해외로도 나갈 수 있다'는 통념 역시 머지않아 그 정반대로 진행돼나갈 수도 있다. '해외에서 떠야 한국서도 팔려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다. 2010년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진출 시점부터 나오던 발상이다. 올 한 해 동안은 어쩌면 그 완성단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의미에서 K팝 3.0 시대 개막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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