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넷플릭스 영화 ‘로마’,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의미하는 바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한국시각 25일 오전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매년 돌아오는 미국영화계 최대 영화축제다. 올해 작품상 후보로 가장 유력한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최소한도 작품상과 감독상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가져가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만약 '로마'가 실제로 수상하게 된다면, 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타가는 사례가 된다. '로마'는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멕시코와 미국 합작영화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이다. 그런데 영화업계 차원에선 그보다 더 민감한 상황도 존재한다. '로마'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넷플릭스 영화가 된단 점이다. 아니, 이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넷플릭스 영화다.

 

왜 이 부분이 그토록 논란거리일까. 아주 단순하다. 영화탄생 이래 지속돼온 영화제작업과 극장업 간 오랜 유대관계를 깨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다. 극장상영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 직접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경우, 아카데미상 후광효과를 받을 수 있을 법한 콘텐츠에 한해선 일부 '눈 가리고 아웅' 식 상영을 꾀하기도 한다. 아카데미상 후보 조건인 '당해 로스엔젤리스 내 상업영화관에서 7일 이상 상영된 영화' 조건만 딱 맞춰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선 아무리 극장서 장사가 잘 돼도 상영을 거의 중단해버린다. 그 편이 넷플릭스 전체이익 차원에선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1월23일 로스엔젤리스와 뉴욕 시내 3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다음 주말 17개 스크린으로 늘리고, 수익이 너무 좋아 3주차에 100개 스크린까지 늘렸지만, 거기서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를 풀어버렸다. 이미 아카데미상 '조건'은 다 맞춰줬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가 이뤄진 뒤, 아무리 극장장사가 잘 되고 있었어도 스크린을 확 줄였다. 넷플릭스 수익 '본거지'는 극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상영은 '로마'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적어도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아카데미위원회 측에서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은 그렇다. 당장 올해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조 페시 주연 갱스터영화 '디 아이리시맨'이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되고 공개될 예정이다. '택시 드라이버' 각본가 폴 슈레이더는 '디 아이리시맨' 역시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식 1~2주 상영으로 그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영화가 기대 만큼이라면, 내년도 또 '로마'와 같은 '파행적 아카데미상 후보'가 등장하게 된다. 당연히 그밖에도 많다.

 

이른바 '극장업의 종말' 상황인가? 당연히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극장용 영화는 살아남을 소지가 크다. 당장 넷플릭스, 훌루 등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가 한창 치고 나간 지난해만 해도 북미지역 극장관객 수는 다시 13억 명대를 회복했다. 15억 명까지 돌파했던 2002~2004년만큼은 못하지만 충분히 선방이다. 할리우드 영화 전성기처럼 여겨지는 1980년대도 알고 보면 평균적으로 10~11억 명대 관객 수에 그쳤었다. 인구증가를 따져 봐도 지금 관람열은 당시보다 딱히 떨어지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1980년대 가정용 VCR과 케이블TV 보급 당시에도 '이제 극장업은 끝났다'는 식 불안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히려 VCR과 케이블TV는 대중을 영화 장르에 더 친숙하도록 만들어 극장관객을 늘려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렇게 2002~2004년 15억 명 돌파도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VCR이나 케이블TV 보급 당시에도 '비디오용 영화' 또는 'TV용 영화' 콘텐츠는 있었다. 지금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위상이 크게 달랐다. 당시 비디오용 영화는 한 마디로 B급 콘텐츠였다. 가볍게 소비되는 장르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편당 대여료는 동일한 상황에서, 극장공개를 통해 큰 홍보효과를 얻은 극장용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당장 눈에 띄는 선정주의적 B급 영화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TV용 영화도 많건 적건 비슷한 맥락에서 제작이 이뤄졌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상황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수익구조상 극장이나 비디오처럼 한 편 한 편 단타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아니다. 기한정액제다. 그러니 작은 파이들을 지니고 있는 마니아적 영화들 관객층을 결집시켜 전체 장기이용자를 늘려나가는 전략이라 봐야한다. 편당 이용료가 붙는 상황도 아니니 그런 마니아적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과 확장성도 자연스럽게 는다. 접해보지 않은 콘텐츠여서 망설이던 이용자들도 도전해보기 수월한 구조다. 그렇게 점점 더 탄탄한 이용자층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식이면 어떻게 될까. 상업적으로 다소 위험한 콘텐츠, 그러나 요구하는 소수 마니아층은 탄탄한 독창적 콘텐츠는 점점 더 넷플릭스 기반으로 몰리게 된다. 넷플릭스 측으로선 그 '한 편'을 파는 게 아니라, 그를 보려 결제한 이용자들을 유지시켜 연속적 수익을 얻어내는 구조이기에 이런 순환이 나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예술의 진수'가 넷플릭스로 넘어가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아니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다. 예술적 관점에서의 '본 무대'가 이쪽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영화팬들 관심 역시 마찬가지로 이동된다.

 

그래도 물론 극장업이 당장 도태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저런 콘텐츠는 어느 때건 극장업계에서 주류 콘텐츠가 아니었다. 대신 저런 모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가 모조리 넷플릭스로 빠지고 '남은' 상업적 콘텐츠, 근래 트렌드로 보면 수퍼히어로 영화 중심 테마파크형 이벤트 콘텐츠로 극장이 채워지게 된다. 그래도 극장장사는 한동안 유지되겠지만, 정작 영화란 장르 자체에 대한 경외와 존중은 놓쳐버리는 공간이 된다. 그냥 일종의 놀이공원화 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최소한도 지금 같은 위세로 오래 살아남기란 점차 어려워진다. 극장이란 공간의 위상이란 결국 '트랜스포머'와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함께 걸리는 공간이기에 그 상호작용으로써 성립된 것이 맞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극장업을 방어하고자 하는 영화계 거물은 스티븐 스필버그뿐이다. 극장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일종의 커넥션이 작동하고 있는 건진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스필버그는 '쥬라기공원'과 '쉰들러 리스트'가 함께 걸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극장의 위상이 성립되고 있단 점을 눈치 챈 분위기다. 그러나 그 외에 거물급 영화제작자들은 한 명 한 명 차례로 넷플릭스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만 해도 알폰소 쿠아론, 코엔 형제, 스티븐 소더버그 등이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내놓은 상태다.

 

25일 '로마'가 과연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예측대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을 진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올 한 해 동안 넷플릭스는 마틴 스콜세지, 에바 듀버네이(셀마), 댄 질로이(나이트크롤러), J.C. 챈더(마진 콜) 등의 신작을 오리지널로 더 내놓는다. 심지어 마이클 베이까지도 1억5000만 달러 제작비의 신작을 올해 넷플릭스에서 내놓는다. '로마'는 시작일 뿐인 것이다.

 

이처럼 세계영화산업 구조가 통째로 뒤흔들리는 대변혁 한 가운데 펼쳐질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미 무엇이 지난해 최고의 영화였느냐 정도 차원을 훨씬 벗어난 축제다. 그만큼 전에 없는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어쩌면 내년쯤엔, 시상식 시청률 부진에 몸살을 앓는 아카데미위원회는 '당해 로스엔젤리스 내 상업영화관에서 7일 이상 상영된 영화' 조건마저도 철회할는지 모른다. 인터넷 시대 영화산업은 이렇게 불의 전차처럼 달리며 변화해간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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