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스토리]‘SKY 캐슬’ 염정아 “이제 우리 꼬맹이들과 놀아줘야겠어요”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염정아가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데뷔 28년 차의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섬세한 준비를 거쳤고 ‘SKY 캐슬’의 한서진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그의 노력이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일까. 1회 1.7%의 시청률로 출발한 ‘SKY 캐슬’은 19회 무려 23.8%로 치솟았다. 비지상파 최고의 시청률, 상승폭도 역대급이었다. 종영을 앞두고는 어딜가나 ‘SKY 캐슬’ 이야기 뿐이었다. 예서(김혜윤)의 서울의대 입학 여부는 전국민의 관심사였다. 

 

이달 초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 극 중 한서진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딸 예서를 서울의대에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딸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엄마. 우아한 겉모습, 내면엔 자녀 교육에 몰두한 극성 엄마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시어머니, 그마저 무관심한 남편을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오로지 그 뿐이었다.

3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그였지만 ‘SKY 캐슬’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고, 김주영(김서형), 이수임(이태란)을 비롯해 진진희(오나라)와의 갈등까지 한서진이 소화해야 할 감정은 한 회에도 수십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대본에 상황을 메모해두기도 했다. 염정아는 한서진에 대해 “모든 인물들과 대립각이 서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의 갈등이 계속됐고, 그 가운데 놓치면 안되는 것들이 생겼다. 계산을 해두지 않으면 다른 연기를 할 것 같다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여배우로 손꼽히는 염정아. 그에게 ‘SKY 캐슬’의 결과는 단순한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배우들이 처음 모인 대본리딩 때부터 남달랐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화이팅이 넘쳤다. 여배우들, 특히 40대 이상의 배우들이 많아서 더 그랬다.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자체에 의미가 컸다”고 회상했다. ‘SKY 캐슬’의 시작에 앞서 이러한 작품이 잘 돼야 여성 중심의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될 것이라는 생각에 책임감도 뒤따랐다. 결국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고, 모든 배우들이 골고루 사랑 받았다는 점이 그의 기쁨을 배가시켰다. 

염정아는 1991년 미스코리아 선에 오른 뒤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데뷔작. 이후 드라마 ‘야망(1994) ‘인간의 땅(1995)’ ‘사과꽃 향기(1996)’ ‘모델(1997)’ ‘야망의 전설(1998)’, 영화 ‘째즈빠 히로시마(1992)’ ‘테러리스트(1995)’ ‘텔 미 썸딩(1999)’ ‘H(2002)’ 등에 출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영화 ‘장화 홍련(2003)’. 젊은 계모 은주 역을 맡은 염정아는 소름 끼치게 섬뜩한 공포 연기로 ‘스릴러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염정아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 즈음 연기의 재미를 깨달았다”고 되짚었다. 

 

2006년 겨울, 한 살 연상의 정형외과 전문의와 가정을 꾸린 염정아. 그러나 공백기는 길지 않았다. 1년 여의 휴식 후 영화 ‘오래된 정원(2007)’을 시작으로 영화 ‘전우치(2009)’ ‘간첩(2012)’, 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 ‘네 이웃의 아내(2013)’ ‘마녀보감(2016)’ 등 거침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부당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녹인 영화 ‘카트(2014)’를 통해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에 불을 붙였다. 그는 “결혼하고, 육아하는 기간동안 연기에 목말랐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SKY 캐슬’로 받은 대중의 사랑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더 작품 속 인물로 살아갔다. 집에 돌아가서도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며 “영화를 찍을 때는 매일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여서 철저하게 구분 짓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특히나 뒷 부분으로 갈수록 ‘한서진’으로 살게 되더라”며 지난 수개월을 돌아봤다. 

 

2019년 1월 기준 드라마 배우,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1위에도 그의 이름이 올랐다. 더할나위 없는 ‘대세’가 됐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드라마가 잘 되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며 어색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내비치는 그다. 

 

‘SKY 캐슬’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젊은 팬’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건 너무 큰 일이다. 정말 힘이 많이 난다. 든든하다”라며 밝게 웃었다. “좋아한다”고 외치는 젊은 팬들의 적극적인 표현에 ‘파워’가 있다고. ‘완벽한 타인’부터 ‘SKY 캐슬’까지 젊은 팬들을 만나게 된 건 다 좋은 작품, 캐릭터를 만난 덕이란다. 

 

지난해 ‘완벽한 타인’으로 500만 관객을 모으고, ‘뺑반’과 ‘SKY 캐슬’까지 눈코 뜰 새 없는 한 해를 보냈다. ‘SKY 캐슬’을 끝낸 뒤 가장 먼저 생각 나는 건 아이들과의 시간이다. “우리 꼬맹이들이 이제 봄방학이다. 새 학년 준비와 함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너무 못 놀아줬다”며 미안함을 전하는 그에게 ‘예서 엄마’ 한서진의 강렬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배우들의 역할을 탐 낼 만함 틈도 없었다”고 말한 그에게도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소망은 있다. 다름 아닌 ‘음악영화’다. 그는 “‘라라랜드’와 ‘맘마미아’, 유독 이 두 작품에 끌린다. 음악과 같이 봐서 더 재밌다. ‘SKY 캐슬’의 ‘위 올라이(We all lie)’처럼 음악과 연기가 동시에 나오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 거다”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염정아의 좌우명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다. 좌우명이 의미하듯 그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연기하고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독 사랑을 받은 작품이 ‘SKY 캐슬’일 뿐이다. 전작의 제목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언제나 열심히 했다고, 나이가 들었으니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려움을 접해도 쉽게 해결해 갈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며 여유있는 미소지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우. ‘SKY 캐슬’이 다시금 조명해 준 염정아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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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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