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박항서 효과? 동남아에 부는 축구 한류 열풍

[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효과라는 평가다.

 

축구 변방국으로 불리던 베트남은 옛말이다. 지난 2017년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신흥 복병으로 떠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예열을 마친 박항서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등을 차지하며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항서 매직’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베트남의 기세는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까지 이어졌다. 조별리그 탈락으로 평가받았던 박항서호는 3위로 토너먼트에 막차 탑승했고, 16강선 요르단과의 승부차기 혈투 끝에 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8강에서는 아쉽게 일본에 0-1로 패했으나, 박수받기 충분한 경기력과 결과였다. 그 덕에 베트남은 2019년 처음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9위에 올랐다.

 

박항서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축구 한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작은 신태용(48)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다. 지난 2일 태국 매체 ‘시암스포츠’는 얼마 전 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밀로반 라예바치(65·세르비아) 감독의 유력 후임으로 신 전 감독을 언급했다. 비록 신 전 감독이 해당 소식을 부인하며 소문으로 일단락됐지만,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한국 지도자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실제 최근 동남아시아로 건너간 사례는 심심치 않게 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를 지휘했던 정해성 감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부터 베트남 호앙아인 잘라이 FC 감독 겸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정 감독은 지난해 말 호치민 FC로 둥지를 옮겼다.

 

박 감독 효과를 직접적으로 본 경우도 있다. 과거 전북 현대 감독대행, 안산 그리너스 감독직을 역임했던 이흥실(57) 감독이 주인공. 그는 지난달 27일 베트남 V리그 비엣텔FC 지휘봉을 잡았다. 비엣텔은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를 연고로 하는 팀으로, 베트남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비엣텔이 모기업이다. 이 감독은 박 감독과 같은 에이전트를 두고 있어 베트남행이 수월했다는 후문이다. 비엣텔의 한류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1일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산하 유스팀 대건고 사령탑이었던 전재호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했고, 수석 트레이너에는 김광재 트레이너를 앉히며 한국인 사단을 구축해 이목을 끌었다.

 

구단 수가 제한적인 국내에선 프로팀 감독 취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사례는 감독들에게는 물론, 한국 축구의 위상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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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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