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 윈스턴 처칠은 누구인가? [더 나은 세계, SDGs] (71)

역사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12일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오는 27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결과에 따라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열린 1차 회담에 비해 국제사회의 주목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회담의 결과와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북핵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학습효과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정치권에서는 연일 북미 정상회담이 뜨거운 이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회담 개최를 크게 환영하는 반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결과에 대한 우려부터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 날짜와도 겹치는 바람에 여러 가지로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북미 정상회담의 당사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북핵 해결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여야 없이 초당적인 협력과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정치권의 설왕설래는 무성한 데도 사실상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의견이 이번 회담에 전폭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회담 명칭 그대로 미국과 북한 정부가 키를 쥐고 있는 탓이다.
국회 전경.

정부가 대외적, 공개적으로 하기 힘든 일에 때로는 국회가 접근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의원 외교’다. 의원 외교는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별한 권한 중 하나로, 정부가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민감한 문제나 해결하기 힘든 정치적 난제와 관련해 상대국 의회나 정부에 양해를 구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와 같은 전통적 외교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적으로, 나아가 국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킨 ‘필리핀 불법 폐기물 수출’과 같은 문제 해결에도 국회가 나설 수 있다.

한국당은 오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등 주요 당 대표 후보의 외교 인식은 철저히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후보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여당을 둘러싼 여러 정치적 논란으로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데, 시각을 더욱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당의 대표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 이슈에 대해서도 세련된 인식과 대응을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후보 3인 중 한 사람은 국무총리를 지냈고 두 사람은 광역자치단체장까지 지냈는데, 미국 정부와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해 이해 폭은 넓어 보이지 않는다.

비단 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당 역시 주요 국제 이슈를 다루는 부서는 오직 국제국뿐이다. 유럽연합(EU) 의회와 미국 정당에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환경 외교, 사막화, 물 및 에너지 문제, 해양 생태계를 다루는 부서까지 있는 사실에 비하면 우리 정당은 국제문제에 대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셈이다.

국회 차원으로 넓게 봐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의 의원 외교는 4개 협의회와 111개 친선협회, 1개 한·중의회 정기교류 체제가 운영 중이지만, 기후 변화나 환경, 난민 같은 다자간 국제문제를 다루는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연구단체는 58개가 있지만, 국회 UN SDGs 포럼(대표 권성동, 이춘석 의원)과 국회 기후변화 포럼(대표 한정애, 홍일표 의원) 오직 두곳만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회와 정당의 빈약한 외교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의 주요 당 대표 후보들이 국내 정치 이슈만 다루지 않고 외교 이슈에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로 세련된 대응을 한다면 앞으로 미국과 북한 정부도 우리 국회와 야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일지도 모른다.
1941년 8월14일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을 만나 유엔 기구 조직 설립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영국 수상(〃 오른쪽).

북미 정상회담, 주한 미군 분담금, 필리핀 불법 폐기물 수출, 미세먼지, 유엔 난민협약, 플라스틱 대란 등의 외교 문제와 국제 이슈는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영국 수상을 역임한 윈스턴 처칠과 같이 정치와 외교 둘 다 능한 글로벌 인물이 우리 국회를 이끌길 기대하는 일은 불가능한지 묻고 싶다. 해외 명문대 출신 최고위원이 당선되었다고, 드디어 30대 청년 당협위원장을 선발했다고, 스스로 미래 정당이라고 자축하는 일이 과연 지금 시대에 합당한지 한번쯤 묻고 싶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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