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김민재 ‘중국행’… 어른들 ‘욕심’ 아니길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김민재에게 (왓퍼드 이적 건에 대해) 물었는데, 베이징에 가겠다고 했다.” 백승권 전북 현대 단장

 

“구체적으로 들은 건 없었다. 그런 얘기는 사실 안 하셨다. '베이징으로 가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고 말씀하셨다.” 김민재 베이징 궈안 수비수

 

의사를 물어본 사람은 있는데, 들은 사람이 없다.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 이적을 결정한 김민재의 ‘왓퍼드 이적 제안’ 논란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른들’의 욕심이 작용한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민재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동안 혼란을 겪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에서 영입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백승권 단장에 따르면 왓퍼드를 통한 대리인은 지난 18일 유선으로 영입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이어 19일 영입 의향서를 전달했다. 구체적인 연봉이나 이적료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공식적이거나, 공신력 있는 영입 제의는 아니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백승권 단장 측은 이와 관련해 김민재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실제 의사를 물어봐 베이징으로 가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민재는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하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들은 건 없다. 그런 얘기는 사실 안 했다”전 전했다.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 측은 김민재의 베이징 이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김민재의 의사를 존중했다”며 “최근 왓퍼드로부터 영입 의향서를 전달받았지만, 이미 베이징과의 합의가 이뤄진 시점이었다”고 전했다.

 

왓퍼드가 이적에 대한 의사를 밝힌 시점은 베이징과의 협상이 합의점에 거의 도달한 것은 맞다. 왓퍼드가 공식적으로 이적료와 연봉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제안했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보 전달이 정확하게 이뤄졌느냐,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도 김민재가 베이징행을 결심했느냐이다. 구단은 왓퍼드의 입장을 선수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선수는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소통의 문제이거나, 누군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 두 가지가 모두 아니라면, 누군가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김민재의 왓퍼드 이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해결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워크퍼밋을 받는 것 자체부터 어렵다. 이적한다고 해도, 당장 경기에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젊은 김민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사안은 아니었다. 유럽 무대 진출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일단 중국행을 결정한 이상 유럽 진출은 쉽지 않다. 부풀어버린 몸값을 지불하고 아시아 선수를 영입할 유럽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선수 개인이 연봉을 낮춘다고 해도, 구단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김민재의 의지와 주변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사실 김민재가 의지를 가지고 왓퍼드행을 추진했을 때, 가장 손해 보는 입장은 구단과 에이전트이다. 김민재는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하면서 이적료 600만 달러(약 67억원)이 발생했다. 그런데 왓퍼드로 이적할 경우 절대 이 금액을 맞출 수가 없다.

 

600만 달러를 환산하면 450만 파운드이다. 영국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 마켓’에 따르면, 45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영입할 수 있는 수비수로 얀 베드나렉(23·사우스햄튼), 콘스탄티노스 마브로파노스(22·아스널), 필립 샌들러(22·맨체스터 시티) 등이 있다. 마브로파노스나 샌들러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출전 경기가 없지만, 빅클럽이 육성 중인 수비수이다. 베드나렉 역시 이번 시즌 10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유망주의 경계를 넘어서면 즉시 전력감도 영입할 수 있다. 이번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한 션 모리슨(28·카디프시티), 라이언 베넷(29·울버햄튼)의 이적료 역시 450만 파운드에 미치지 못한다.

 

김민재가 왓퍼드행을 적극적으로 원했다면, 이적료는 사실상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트랜스퍼 마켓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김민재의 이적료 시세는 100만 파운드이다. 실제 전북 이재성이 독일 분데스리가 홀슈타인 킬로 이적하며 발생한 이적료가 150만 유로(130만 파운드·약 20억원)였다. 유럽 에이전트 관계자는 “유럽 5대 빅리그 클럽은 아직 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검증받지 못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면서 300만 파운드 가까이 투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라며 “감독이나 구단이 원해도 이사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민재가 베이징 이적을 원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중국에 가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밝혔다. 원론적으로 중국에 간다고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넘어 본인 의지에 따라 성장의 길은 열려 있다. 발전하지 못하면, 거기까지가 그 선수의 능력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른의 욕심이 작용했다면 한국 축구계의 안타까운 단면을 드러내는 한 장면이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발렌시아) 등을 따라 유소년 시절부터 유럽에서 정착하려는 선수가 많아지는 이유, 그리고 프로 구단이 소속 선수를 유럽으로 보내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라는 어구를 사용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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