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에이틴2’로 엿보는 ‘웹드라마 전성시대’

지난해 10대 청소년들 고민과 사랑을 담아 화제를 모았던 웹드라마 ‘에이틴’의 시즌2가 곧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23일 이미 첫 대본 리딩이 이뤄졌단 후문이다. 지난해 12월17일 시즌2 공식발표와 새해 첫날 4월 중 방영발표 이후 쾌속 진행이다. ‘에이틴 시즌2’는 신예은, 신승호, 이나은, 김동희 등 시즌1 출연진 그대로 다시 한 번 출연을 확정한 바 있다.

 

사실 ‘에이틴’은 어떤 의미에서 시즌2가 당연시되다시피 한 콘텐츠다.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측 최고 히트작일 뿐 아니라 웹드라마 형식 자체의 정규편성 이래 최고 히트작이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공개된 웹 기반 모든 미디어 누적 조회수가 무려 1억4000만 뷰에 달했다. 그중 주력이 된 유튜브에선 1화가 27일 현재까지 555만 뷰, 최종화인 24화도 302만 뷰를 기록 중이다. ‘에이틴’ 공개 직전만 해도 구독자수 80만 명 정도였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홈은 현재 185만 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에이틴 시즌2’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즌1 이후 플레이리스트 측에서 공개한 웹드라마들은 ‘에이틴’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실패라 보긴 힘들지만, 한 번 도약의 계기가 마련된 직후 반응들치곤 심심했단 평가다.

 

그럼 그 이유는 뭘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 경우 완성도 차원 문제로 치부될 수 있지만, ‘WHY: 당신이 연인에게 차인 진짜 이유’와 ‘리필’은 상황이 좀 다르단 해석이다. ‘에이틴’ 대성공 이후 플레이리스트 시청층은 사실상 10대 얘길 보고 싶어 하는 10대 중심으로 재편됐기에 ‘다른 세대’를 중점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 결국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10대용 콘텐츠가 돼가고 있고, 더 큰 시각에선 웹드라마란 미디어 장르 자체가 점차 10대용 콘텐츠화 노선을 밟고 있단 지적이다.

 

어쩌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서 ‘10대용 문화콘텐츠’가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나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일단 1977년작 영화 ‘고교얄개’ 이전까지 10대용 영상 콘텐츠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TV는 아직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시대분위기상 청소년들은 극장출입이 학교 측으로부터 금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1950~60년대 10대용 문화콘텐츠는 대부분 조흔파 등의 청소년 명랑소설 정도로만 소화됐다. 그러다 상황이 ‘조금’ 풀린 1970년대 중후반부터 역시 조흔파 등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박을 터뜨리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콘텐츠 한계는 명확했다. 당시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10대’ 코드에 함몰되다시피 한 10대상이 일관적으로 그려졌다. 포용력 있는 우등생과 노력하는 열등생. 나아가 남학생과 여학생 관계는 ‘좋은 이성친구’, 요즘 식으론 커뮤니케이션 정도는 하는 남사친/여사친 관계로 끝나는 식이었다. 이 같은 ‘코드’ 하에서 한계는 뚜렷했고, 유행은 3~4년 사이 사멸되다시피 해 곧 10대용 영화는 상업성을 잃고 무료미디어 TV로 안착했다. KBS ‘고교생일기’, MBC ‘푸른 교실’ 등이 그렇게 유사코드 하에서나마 명맥을 이어나갔다.

 

이후 한 번 더 빅뱅이 일어났다. 1989년작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대히트다. 이전과는 달리 입시광풍 속 억압받는 청소년들을 다뤄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사회파 청소년물의 탄생이다. 그런데 이 역시도 한계는 뚜렷했다. 사랑과 낭만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입시현실에 고통 받는단 테마가 대부분이었다. 역시 ‘고교얄개’ 시절처럼 금세 유료미디어로서 상업성을 잃고 TV로 안착하는 과정을 겪었다. MBC ‘사춘기’, SBS ‘공룡선생’,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등이 그렇게 탄생됐다. 그리고 이내 생명력을 잃었다.

 

여기까지 과정은 일목요연한 구석이 있다. 모두 ‘어른들이 바라본’ 10대 청소년상이란 점이다. 1970~80년대가 어른들이 ‘요구하는’ 건전한 청소년상이라면, 1990년대는 어른들이 사회파적 시선으로 바라본 ‘청소년 문제’에 가까웠다. 모두 10대들에게서 인기를 얻긴 했지만, 콘텐츠 자체에 반응한 결과라 보긴 어려웠다. 아직 아이돌산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시절, 그저 또래스타들에 열광하는 유사아이돌 콘텐츠로서 기능했다고 보는 게 맞다. 내용 자체는 10대들 ‘요구’와는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근간은 현실도피다. 판타지다. ‘저런 것들’이 10대들 판타지이자 현실도피용 엔터테인먼트라 보긴 무척 어려웠다. 그러니 2000년대 들어 아이돌산업이 가속화 추세를 밟으며 그나마 쥐고 있던 셀링포인트까지 자연스럽게 잃게 됐단 분석이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경과한 뒤, 10대용 TV콘텐츠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KBS 측에서 마침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된 게 2009년 ‘꽃보다 남자’, 2011년 ‘드림 하이’다. 이어 SBS ‘상속자들’도 성공을 거뒀다. 모두 10대 판타지에 기반을 둔 콘텐츠다. 사상 최초로 ‘방향’은 맞았던 것이다. 그런데 뒤이은 유사드라마들은 점점 힘을 못 쓰기 시작했다. KBS만 해도 2014년 ‘하이스쿨 러브온’, 2015년 ‘발칙하게 고고’, 2017년 ‘안단테’, 2018년 ‘땐뽀걸즈’ 등이 차례로 쓰러져갔다. 그럼 이번엔 또 이유가 뭐였을까.

 

이번엔 ‘미디어’가 맞지 않았던 탓이 크다. 이미 ‘드림 하이’부터도 ‘체감인기’와 ‘실제 시청률’ 차이가 크단 얘기들이 많았다. 기존 인기아이돌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20대들도 많이 봐 시청률 선방이 가능했을 뿐, 실제 10대들은 ‘본방사수’가 불가능해 주로 다른 웹 기반 미디어로 시청했단 후문이었다. 10대들 현실은 그만큼 해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 자녀 가정 차원에서도 더 나아가, 세 집 걸러 한 자녀란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만큼 그 ‘한 자녀’에 대한 집중과 투자, 기대는 더 강렬해졌고, 이제 10대들은 ‘본방사수’씩이나 할 만한 형편이 못된다. 매일매일 학원에 생활감시에 문화향유 시간과 공간이 제대로 주어지기 힘들다. 영화관을 찾기도 만만찮고, DMB 등으로 집 밖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려 해도 사실상 50분 분량을 통으로 소화하기엔 벅차다. 그만한 ‘짬’조차 내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열풍을 일으킨 것이 짤막한 영상들로 구성된 유튜브 콘텐츠고, 사실상 ‘유튜버 전성시대’도 그렇게 열렸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10대 기반 인기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정해진 시간에 회당 50분 분량으로 끌고 가는 방송드라마 형식으론, 그 소재와 접근이 어떻건 간에, 10대들에 다가서기 힘들어졌단 얘기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웹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릴 수밖에 없단 얘기도 된다. 지상파나 케이블에선 편성하기 힘든 회당 10분 남짓한 짤막한 영상, 학원 쉬는 시간이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충분히 짬을 내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폰 최적화이자 SNS 최적화 모델이기에 접근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10대들 욕망과 고민 그 자체를 담은 정확한 타깃 콘텐츠다.

 

‘에이틴 시즌2’ 기획과 캐스팅이 공개되면서 잠깐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 있다. 시즌1 주연이었던 신예은과 김동희는 이제 웹드라마에 출연할 위상이 아니란 의문이었다. 신예은은 시즌1 종영 후 CF스타로 거듭나며 스타덤에 올랐고, 현재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주연으로 낙점된 상태다. 김동희 역시 현재 가장 ‘핫’한 드라마 JTBC ‘스카이 캐슬’에 출연 중이다. 여기까지 안착한 배우들이 뭐 하러 마이너 미디어로 돌아가려 하느냐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반응이다. 이미 웹드라마는 마이너 미디어가 아니다. 그리고 특히나 동세대 인기가 기반이 되는 10~20대 초반 배우들이라면 웹드라마야말로 ‘본 무대’로서 취급받아야 할 필요도 있다. 미디어는 이제 ‘일반대중’이란 어정쩡한 대상설정을 그만두고 정확한 타깃 소비층을 향해 압점논리로서 접근하는 와중이다. ‘에이틴 시즌2’가 이 같은 상황을 더 명확히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면, 플레이리스트 측은 물론 웹드라마 시장 전체가 대대적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 시대는 그렇게 바뀌어간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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