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어쩌다 망작이 됐나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캐비어로 젓갈 담근 격”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혹평 속에 종영했다. 겉으로만 보면 높은 시청률(최종회 평균 9.9% 최고 11.2%)로 성공리에 종영한 듯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오류와 버그 투성이로 한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 흥행 참패한 영화 ‘마약왕’에 대해 ‘캐비어로 알탕 끓인 격’이라는 평이 인상적이었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캐비어로 젓갈을 담근 격’과 다름없는 상황.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어쩌다 망작이 됐는지 그 원인을 분석했다.

 

▲송재정 작가의 재발견 아닌 ‘죄발견’

 

현빈과 박신혜 그리고 송재정 작가의 만남은 ‘환상’ 그 자체였다. 송재정 작가의 촘촘한 대본,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현빈과 박신혜의 케미는 기대감을 절로 불러모았다. 여기에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토리, 매회 끝을 알 수 없는 반전을 선사하는 스토리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더불어 증강현실(AR)과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버무려 한국 드라마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앞뒤가 안 맞는 전개, 비상식적인 캐릭터 변주가 몰입도를 심하게 방해했고, 가래떡처럼 뚝뚝 끊기는 전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복선은 수두룩한데 마무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강했고, 그 때문인지 결말이 수습되지 않는 듯했다. 현빈과 박신혜의 연기력마저 없었다면 최악의 드라마로 손꼽힐 그런 드라마였다.

 

▲PPL에 밀린 주연 배우의 존재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PPL로 스스로 무덤을 팠다. 간접광고가 아닌 직접광고라 해도 될 만큼 최악의 PPL로 배우는 물론 작품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주연 배우인 현빈보다 샌드위치 브랜드와 음료 브랜드의 PPL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이쯤 되면 현빈 주연의 드라마가 아닌, PPL 주연의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송재정 작가는 “새로운 PPL의 방향성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고 망언을 일삼았다. 물론 제작비 충당을 위해 PPL이 필수 불가결의 조건이 됐지만, 주연 배우와 PPL이 주객전도된 느낌은 가시지 않을 정도다. 시작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지만, 끝은 ‘토레타의 추억’ ‘서브웨이의 추억’으로 남은, PPL의 안 좋은 예를 극명하게 보여준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시청자 뚜껑 열리게 한 ‘열린 결말’

 

제대로 열렸다. 시청자의 뚜껑이 제대로 열린 듯하다. 100부작이 넘는 일일드라마도 아니고, 대서사를 써 내려가는 대하드라마도 아닌데,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급하게 끝내는 형국이다. 송재정 작가는 애써 ‘열린 결말’을 운운했지만, 진짜 열린 것은 결말이 아닌 시청자다. 주연배우 현빈과 박신혜의 열연을 무색케 한 결말이 허탈함을 자아내기에 그지 없었다.

 

이는 극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의 무능함으로 빚어진 참사다. 뒷심은커녕 전개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결국 ‘앞뒤가 안 맞는 드라마’ ‘현빈과 박신혜가 인공호흡한 드라마’라는 혹평을 받게 됐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초라한, 아쉬움 가득한 드라마로 남게 됐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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