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난동으로 치명적 오점 남긴 ‘롯데 전설’ 박정태, 요원해진 현장 복귀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전설’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현장도 멀어졌다.

 

지난 18일 야구계는 일련의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롯데의 전설적인 존재였던 박정태(50) 전 롯데 2군 감독이 음주 운전 및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 됐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박 전 감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1%로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했다. 전설도 술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박 전 감독은 부산 범어사 사거리 인근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주차한 채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렸다. 이때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박 전 감독의 차량이 운행에 방해가 된다면서 차량 이동을 요구했다.

 

음주 상태로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이동시킨 박 전 감독은 흥분한 상태로 버스에 올라타 운전기사와 승강이를 벌였다. 단순한 언쟁을 넘어서 버스 기사의 뒷목을 잡는가 하면 버스의 운전대를 좌우로 크게 트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진술마저 사실과 달랐다. 박 전 감독은 경찰 조사에서 “순간적으로 흥분해 잘 못 했다”면서도 “출입문 개폐 장치를 찾았을 뿐, 운전을 방해할 목적으로 버스 운전대를 틀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버스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엔 난동에 가까웠던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현역 시절은 물론 은퇴 이후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음주 운전에 이은 난폭 행위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근성 있는 플레이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박 전 감독은 1991년 데뷔 이래 13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은퇴 후엔 롯데 2군 감독과 1군 타격 코치를 맡았고, 2015년부터는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모아 ‘레인보우 야구단’을 결성했다.

 

이처럼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인물로 통했기에, 박 전 감독은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코치 이후 현장과 멀어졌어도 끊임없이 현장 복귀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비시즌만 되면 ‘친정’ 롯데는 물론 여러 팀의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본인 역시 복귀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실수로 현장 복귀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음주 운전과 주폭 행위를 향한 경각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숱한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박 전 감독을 품에 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현역 시절 ‘탱크’로 불리며 온갖 난관을 헤쳐 왔지만, 자신의 실수가 만든 깊은 수렁에 갇힌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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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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