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기흥 감싸기’ 논란… 사건 터졌는데 책임자 없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국 체육계 폭행 및 성폭행 게이트’가 국가적 문제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방치한 상처가 곪아 터졌다. 정부는 개혁과 혁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런데 이 문제의 가장 큰 책임자인 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막강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이기흥 체육회장을 감싸고 도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한국 체육계가 시끌벅적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에 이어 전 유도 선수 신유용의 용기에 그동안 감춰둔 병폐가 속속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체육계의 문제를 넘어섰다. 성적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한 폭력은 이제 국가적,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철저히 조사·수사하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15일 국무회의에서 “체육계 폭력, 성폭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가 걸려 있다. 대한체육회는 명운을 걸고 내부를 혁신해 달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지난 9일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 16일에는 오영우 문체부 체육국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과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런데 정부는 이기흥 회장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철저한 조사, 엄중한 처벌,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면서도 이를 도맡아 책임을 져야 할 이기흥 회장 이야기를 쏙 빼놨다. 이기흥 회장에게 직접 이번 성폭행 게이트를 책임지라는 언질을 줬는지도 의문이다.

 

이기흥 회장은 한국 체육의 병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이끌어야 할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단 한 번도 찾아가지 않으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는 보여주기식 행보를 펼치며 자리를 보존하기에 급급하다. 그동안 곪아온 병폐를 방관한 책임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기흥 회장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하면서, 당장 개혁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을 직접 해야 한다. 대상자 없이 “청산하라”는 주문은 뜬구름 잡기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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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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