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이승우 논란’ 핵심은 ‘출전’ 아닌 ‘소통’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경기장 한편에 있는 수건과 물통을 걷어찼다. 살펴봐야 할 부분은 이승우의 행동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라, 이러한 장면이 나온 원인이다.

 

파울로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끝난 중국과 ‘2019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와 김민재의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3전 전승, 승점 9를 획득한 대표팀은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날 중국전 주요 관심사는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소속팀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UAE로 날아온 손흥민은 15일 하루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고 이날 경기에 나섰다. 손흥민 효과는 14분 만에 나왔다. 개인기를 앞세워 페널티킥을 만들었고, 이를 황의조가 마무리했다. 후반 5분에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민재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가운데 88분을 소화하며 팀 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에이스의 존재감은 확실히 차이를 만들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바로 이승우의 행동 때문이다. 경기장 한편에서 몸을 풀던 이승우는 3명의 교체 선수가 모두 결정 나자, 벤치로 돌아오면서 물통을 걷어찼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의 표출이었다.

 

이 행동은 여지가 없을 만큼 잘못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개개인의 행동 하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승우의 행동 하나에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 또한 선수, 지도자, 그리고 팬까지 지켜보는 경기장에서 감독의 경기 운용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논란을 낳았다. 대표팀은 이제 막 단판 승부로 펼치지는 토너먼트 일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했다.

 

다만 현재는 이승우의 행동에 대한 갑론을박보다는 왜 이런 장면이 나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경기를 치르면서 이승우를 단 한 번도 투입하지 않았다. 공격수 가운데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애초 최종엔트리에서 이승우를 제외하며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하게는 벤투 감독의 전술상 측면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부상자 대체 발탁으로 선발하면서 “공격 2선에서 멀티 포지션이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풀어보면 이승우의 쓰임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공격 2선의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리고 단판 승부에서 수비를 완전히 포기하고 전면 공격에 나설 상황에서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즉, 벤투 감독의 정상적인 전술 아래 경기를 진행할 경우 이승우의 설 자리는 없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모두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이 결승골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추가골이 터지기도 했다. 공격력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치르겠다는 것이 벤투 감독의 구상이었다. 앞서고 있다고 해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해서 공격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지 않았다. 당연히 이승우를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

 

이는 이승우도 인정해야 한다. 전략 및 전술, 그리고 교체 선수 운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자신을 향한 약점을 분명하게 짚어줬다. 팀에서 주어진 역할이 상황 발생 시 필요하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팀 조직력이 살아난다.

한 가지 더, 이를 이승우의 잘못만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벤투 감독에게도 책임은 있다. 바로 소통이다. 벤투 감독, 또는 코칭스태프가 사전에 이승우에게 역할과 임무를 명확하게 설명했다면, 이처럼 폭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완해야 할 능력을 설명하고, 당장은 어렵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자는 소통이 필요했다. 이 역시 세대교체의 일환이다. 이승우가 당장 전술상 절실한 선수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큰 미래 자원임은 분명하다.

 

물론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이 프로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맞다. 하지 이승우가 21세의 막내라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경기 후 대표팀 형님들인 기성용, 황의조 등이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해한다. 잘 타이르겠다”고 감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승우의 행동이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승우도 반성하고, 깨달으면서 성장해야 한다. 대표팀은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된 선수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그만큼 기회도 줄어든다. 벤투 감독 역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이러한 요소도 참작해야 한다. 만약 이번 논란이 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감독의 책임이 된다. 기준은 엄격하되, 뒤에서 선수를 보듬을 수 있는 소통 과정도 살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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