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엿보기] 두산 함덕주의 유쾌한 선전포고 “(양)의지형, (박)세혁이형과 준비할테니 각오해요”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양)의지형 떠났어도 (박)세혁이형과 준비 잘 해봐야죠.”

 

두산 좌완 투수 함덕주(24)는 지난해 12월 11일을 잊지 못한다. 벌써 한 달이 흘렀지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함덕주는 야구선수가 아닌 훈련병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특례를 얻은 함덕주는 시즌 종료 후 4주간의 기초 군사 훈련을 받았다.

훈련 기간엔 철저히 사회와 격리돼 있어 주변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당일 오전 훈련소 간부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했던 포수 양의지(32)가 원소속팀 두산이 아닌 NC와 계약(4년 총액 125억원)했다는 보도였다. 함덕주는 “처음엔 ‘거짓말 아니냐. 대형 계약이 그렇게 빨리 성사될 리 없다’며 믿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이내 간부의 언급이 사실임을 받아들인 함덕주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입단했을 때부터 무척 아껴줬던 선배였고 대화도 정말 많이 나눴던 사이였다. 당장 함께할 수 없음에 안타까운 생각부터 들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당장 대형 포수 없이 다음 시즌을 맞이할 팀 사정을 걱정하지만, 함덕주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자신이 있다는 눈치다. 양의지가 건재하던 시기에도 ‘특급 백업 포수’로 통했던 박세혁의 존재 때문이다.

 

함덕주는 “다들 걱정하시는데, (박)세혁이 형도 뛰어난 포수다. 특히 나와는 호흡이 무척 잘 맞는 선배다. 룸메이트로 오래 지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훤히 꿰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이파이브하는 양의지와 함덕주. 오센

일찌감치 타석에서 적으로 마주해야 할 양의지와의 맞대결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다음 시즌 두산을 만나면 기분이 이상하겠지만, 야구는 어디서나 동일하다”며 냉정한 승부를 예고했던 양의지 만큼이나 함덕주도 냉정한 승부를 예고했다.

 

투수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고타율을 뽐내는 까다로운 타자지만, 대응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함덕주는 “상대하기 쉽진 않을 것이다. 특히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어 신경이 쓰인다. 역으로 대응할지 평소처럼 던져야 할지 (박)세혁이형과 진지하게 의논을 해 보겠다”며 웃었다. “단단히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진 함덕주는 한 단계 발전한 투수로 양의지 앞에 설 올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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