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내로남불의 심리

”내로남불”

 

얼핏 들으면 사자성어 같은 느낌이 있지만 요즘 언론매체를 비롯해 정치계, 연예계, 기타 등등 여러 곳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말인 듯하다.

 

기본적인 뜻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말하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하는 언어의 이중성 또는 이중 잣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누가 이 말을 만들어 냈는지 잘도 만들어 낸 것 같다. 개그맨으로 따지자면 유행어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사회 곳곳에서 너무 많이 내로남불이 쓰인다는 점이다.

 

요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하면 공익제보고 남이 하면 미꾸라지라는 의미로 쓰고, 연예계에서는 내 연애는 사생활 침해고 남의 연애는 알 권리로 치부되고 있으며, 이런 기사의 댓글을 보고 있자면 내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면 그만’이고 남이 그렇게 하는 것은 나쁜 목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받아들이는지 좀 찾아보게 됐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로 해석한다. 기본적 귀인 오류란, 내 행동은 상황에서 원인을 찾고 다른 사람의 행동은 성격이나 성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내 문제는 상황 탓이고 남 문제는 그 사람 탓이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친구가 약속에 늦으면 ‘맨날 늦는 애’, ‘지각쟁이’라고 못 박아버리지만 내가 약속에 늦으면 ‘차가 막혀서’, 혹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라며 변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의 심리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람피우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고 남이 바람피우면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기가 쉽다는 얘기가 되겠다.

 

오늘도 어디에선 가는 내가 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일’, 남이 하면 ‘손가락질 받아야 되는 일’이라고 규정짓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남의 내로남불에 본인이 갇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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