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SKY 캐슬’의 의도된 ‘미스매치’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드디어 시청률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지난 22일 방영된 10화에서 11.3%(AGB닐슨)를 기록, 전화 9.7%에서 껑충 뛰었다. 알려졌다시피 ‘스카이 캐슬’은 1.7%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다. 방영 초기 그렇게 주목받지 못한 상황에서 10화만에 여기까지 치고 올라간 경우는 사실상 전대미문이다. 거기다 아직 10화 분량이 더 남아있다. ‘최종화에선 20%까지 갈 수도 있는 드라마’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도 엄청난 반향이 일다보니 미디어의 인기분석도 그만큼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부유층에 대한 동경, 민감한 사회문제 반영, 막장드라마적 흡인력 등등 유사드라마들에도 종종 제시되던 인기요인들이 거론됐다. 그런데 그 유사드라마들과 ‘스카이 캐슬’은 반향 자체가 다르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나 그런지 밝힌 분석은 드물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이 의외로 교육평론계에서 나왔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카이 캐슬’은 그간 부유층 드라마에 흔히 등장했던 재벌 2세들이 아니라 전문직 의사들이 사는 주거단지를 배경으로 했단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전문직에 대해 “한국 평균에 비해 부자지만 대대로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를 풍족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라며 “큰 부자면 자녀가 대단한 학벌을 갖지 않아도 자기가 가진 사회경제적 지위를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는데 대치동 중심의 부의 규모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에 공부를 통해서 성공한 본인의 성공도식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스카이 캐슬’ 주거단지 설정에 대해서도 “이상하지 않았나. 집안은 호화롭게 꾸며져 있는데 아빠의 직업은 재벌이 아닌 의사다. 약간의 미스매치”라며 “의사인데도 배경은 재벌인양 으리으리하게 치장을 해서 눈길을 끌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고 전문직 아빠가 자녀도 전문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것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스카이 캐슬’을 여타 유사드라마들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소도 바로 이 지점이라 봐야한다. ‘스카이 캐슬’은 부유층 관련 드라마들이 흔히 보여주는 대중적 동경요소들을 그대로 껴안는다. 호화로운 집과 차, 값비싼 옷, 장신구, 여유로운 소비생활의 모든 것을 담는다. 그야말로 ‘재벌2세적인’ 배경이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있는 욕망과 불안은 다르다. 대중이 실제 겪고 있는 아등바등하고 치열한 계급상승(혹은 계급유지) 욕망과 불안들이 그대로 담겼다. 계급적 차원에선 사실상 안정감을 보였던 기존 재벌드라마 인물들과 그래서 다르다. 대중의 외양적 동경과 심리적 현실, 즉 대중이 이입할 수 있는 부분과 상상만 하고픈 동경요소가 의도된 “약간의 미스매치”를 통해 한 곳에 무리하게 담겼다. 이것이 성공공식이 됐단 분석이다.

사실 부유층 관련 드라마들은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올해만 해도 재벌자녀들 연애를 그린 MBC ‘위대한 유혹자’가 MBC드라마 사상최저 시청률 1.6%를 기록하는 등 이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추세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재벌 관련 신데렐라 드라마는 그야말로 ‘아무도 믿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근래 수많은 관련 보도들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존재함을 이제 초등학생들도 안다. 거기다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그나마 대중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서민층 상대역 역시 점차 무리하게 설정되기 시작했다. 대중의 실제 욕망과 불안을 담는 인물이 아니라 이른바 ‘캔디렐라’, 즉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꿋꿋하고 건강한 만화주인공처럼만 묘사돼 그 역시도 재벌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동경요소들만 담아 재벌들끼리 얘기를 다루자니 이건 아예 ‘나’와 아무 상관없는 무협지 수준이 됐다.

 

‘스카이 캐슬’은 어찌됐건 이 같은 그간의 딜레마를 뚫고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덴 성공했다. 그러나 ‘스카이 캐슬’ 성공공식이 부유층 관련 드라마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보는 건 아직 무리다. 일단 동경과 이입을 동시에 거머쥐려는 접근방식 자체가 반복해 적용시키기엔 너무 변칙적이다. 이런 식 변칙은 따라하는 순간 그저 복제품 분위기만 난다.

 

다만 ‘강남의 욕망’뿐 아니라 ‘강남의 불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콘셉트 자체는 향후로도 충분히 상업성이 있을 수 있단 판단이다. 뜬구름 잡는 ‘넌 우리와 달라’ 식 신분격차 공포에서 오는 갈등보단, 대중이 이입할 수 있는 종류 불안에서 오는 갈등이야말로 가장 쉽게 이해되는 자극적 갈등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부유층 드라마란 이름의 오랜 서브장르의 이노베이션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것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종편드라마가 그 포문을 열었다. 추후 이 스테디셀러 서브장르의 변화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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