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노부부의 천천히 사는 미학 '인생 후르츠'…건강도 차근차근 관리해야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10여일 뒤면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나이를 먹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최근 개봉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노부부의 이야기, 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니 그 방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후르츠’는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건축가 슈이치와 그의 아내 히데코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슈이치의 나이는 90세, 히데코는 87세. 거동이 불편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이들은 정원에 120여 가지의 과일·채소를 손수 키우며 건강한 하루를 보낸다.

알콩달콩 지내는 부부의 모습을 보던 도중 꼬부랑 할머니처럼 굽어있는 히데코의 등에 시선이 옮겨갔다. 등이 불룩 솟아 있는 것으로 보아 노화로 인한 ‘척추후만증’일 가능성이 높았다. 오랜 세월 동안 각종 집안일과 더불어 농작물을 가꾸는데 집중했으니 필시 척추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히데코는 무거운 과일 광주리를 척척 옮기는가 하면 시내에 나가 쇼핑을 하고 와서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한의사로서 “전문가에게 관리를 받았다면 훨씬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조기에 발견한 척추후만증은 간단한 치료로도 대부분 호전되기 때문이다.

척추가 뒤로 휘어지는 척추후만증은 변형된 척추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신경을 압박해 요통, 어깨결림, 두통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특히 히데코처럼 척추후만증이 진행된 채 시간이 흐르면 관절·근육이 굳어져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척추후만증은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만큼 허리를 굽히고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직업 종사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모니터를 보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자주 취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허리를 꼿꼿이 편 바른 자세가 곧 가장 좋은 척추후만증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 약침 등 통합한방치료를 통해 척추후만증을 치료한다. 이 가운데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과 신체 부위를 이용해 틀어진 관절, 근육을 올바르게 교정해주는 치료법으로 척추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을 확정해 내년 3월부터 많은 척추질환 등 근골격계 환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슈이치 부부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뭐든지 할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나가면 돼요”라고 말한다. 이는 필자가 진료하는 환자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뭐든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척추치료도 마찬가지여서다. 환자 스스로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고,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는 등 꾸준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파가 몰려오는 요즘, 허리나 관절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차근차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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