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엿보기] ‘수비로 승승장구’ 삼성생명, 그럼에도 임근배 감독이 머쓱해한 이유는?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한편으로는 슬프죠.”

 

이번 시즌 삼성생명은 수비에서 빛나는 팀이다. 18일까지 5연승에 성공했는데, 해당 기간 경기당 평균 실점은 58.6점에 그쳤다. 리그 선두 우리은행(59.3점)보다 적다. 시즌 스틸은 134개로 압도적인 1위다. ‘수비로 흥했다’란 평가가 절대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삼성생명의 수비 농구는 비시즌 노력의 산물이다.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려면 국내 선수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임 감독은 수비 조직력과 전술을 갈고닦는 데 주력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짜임새를 갖춘 전방위 압박과 트랩, 스위치 디펜스는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견고했던 2강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연승 기간 삼성생명은 강력한 수비로 리그 선두 우리은행과 2위 KB국민은행을 잡기도 했다. 

 

강팀도 연달아 격파했지만 정작 임 감독은 활짝 웃지 않았다. 수비 농구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궁극적으로 원했던 전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임 감독은 “팀에 뛰어난 테크니션이 없으니 공격에서의 실수를 만회할 길은 단 하나, 단단한 수비뿐이다. 수비까지 약하면 리그에서 성적을 내긴 어렵다. 수비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수비 전술이 통해도 씁쓸함이 남는다. 상대도 삼성생명의 수비 전략을 부술만한 개인 기량을 가진 선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사실 수비 전술은 ‘원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 한 경기 내내 수비 전술로 상대를 묶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하다. 넓은 시야를 지닌 뛰어난 테크니션이 한 명만 제쳐도 수비 전략은 무력화된다. 그러나 국내 무대는 경우에 따라 수비 전술이 한 경기를 통째로 지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리그 전체의 테크니션 부재로 수비를 잘하느냐에 따라 한 시즌의 성패가 결정되는 셈이다. 매번 수비 전략이 맞부딪히는 농구가 이어지는 무대를 수준 높은 리그로 보긴 어렵다.

 

임 감독은 “당장 효과가 있으니 한 경기 내내 수비를 지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비 농구의 득세는 달리 보면 슬픈 일이다”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다른 방법도 없다. 삼성생명표 수비 농구의 어두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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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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