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끝 무딘 수비형 외국인 우리은행 토마스를 어찌할꼬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방패는 두껍지만, 가진 창끝이 무디다.

 

여자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에이스 3인방 임영희, 김정은, 박혜진을 앞세워 6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빛나는 우리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최근 들어 공격 침체에 빠진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29)의 모습은 다소 걱정스럽다.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지명한 선수였기에 기대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팀에 합류한 터라 호흡을 맞출 시간도 적었다.

 

급한대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수비형 선수로 조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6㎝의 장신을 활용한 리바운드, 스크린 등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수비로 버텨왔다”며 견고한 수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던 위 감독의 조련 아래 토마스는 조금씩 우리은행의 최적화 외국인으로 변모하는 듯했다. 궂은일을 전담한 외국인 선수 덕분에 국내 빅맨의 부재 속에서도 우리은행은 ‘질식 수비’로 리그를 평정했다. 11일까지 이번 시즌 경기 당 평균 54.5점만을 내주며 실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의 공격력은 수비로 만회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 기간 토마스는 도합 10점만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7일 삼성생명전에선 숱한 리바운드(16리바운드)로 만회했지만, 9일 라이벌 국민은행과의 일전에선 공수 양면에서 모두 부진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후반 들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국민은행 박지수에 봉쇄당했을 뿐만 아니라, 잔 실수까지 잦았다. 국내 에이스 3인방이 도합 40점을 올렸음에도 석패(59-60)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토마스가 중심을 잡지 못한 최근 2경기에서 우리은행은 연패에 빠졌다. 다행히 2위로 내려앉진 않았지만, 국민은행과 나란히 공동 1위다. 선두 수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온 셈.

 

일단 위 감독은 재정비를 통한 재신임을 택했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반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아직 체력 수준이 100%가 아니지만 최근 이틀 간격으로 상위권 팀들과 맞대결을 펼쳤다는 점도 재신임을 택한 배경이 됐다. 과연 우리은행은 3일간의 휴식을 통해 외국인 선수 고민을 지울 비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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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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