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마션', 맷 데이먼이 진통제 복용했던 이유는?

최근 미국 무인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인사이트는 앞으로 2년 동안 화성의 지진파를 측정해 행성 내부를 탐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껏 인류가 화성에 착륙시킨 탐사선만 9개. 다음 화성 탐사는 유인 탐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전혀 허풍처럼 들리지 않게 됐다.

 

화성과 관련한 SF영화 중 단연 손 꼽히는 작품은 ‘마션’이다. 마션은 화성에 파견된 식물학자 겸 공학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와트니는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진행하지만 모래폭풍으로 인해 부상을 입고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다.

 

화성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넘치는 긍정력으로 고군분투하는 와트니의 모습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구조선이 도착하기까지 식량이 부족했던 와트니는 실험실 막사 안에 감자를 재배해 끼니를 해결한다. 감자에 곁들일 케첩이 떨어지자 와트니는 바이코딘과 함께 감자를 먹는다. 문제는 바이코딘이 극심한 통증 완화에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라는 점이다. 와트니가 바이코딘을 복용하는 이유는 바로 무거운 장비들을 옮기다 발생한 허리 통증 때문이다.

 

와트니의 허리 부상은 동명 원작 소설에서 더욱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약 없이는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매우 격한 통증을 호소한다. 물건을 들다 허리를 다쳤고 진통제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 급성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높았다.

허리가 삐끗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와트니처럼 물건을 옮기다가 척추에 갑작스럽게 과도한 힘이 전달될 경우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심한 경우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주는 디스크(추간판)가 본래 자리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흔히 허리디스크라 부른다.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다. 추간판이 돌출되거나 파열되면서 주변에 염증을 발생시키고 이 염증이 척추를 지나는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에도 통증이 확산되고 저릿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동작침법을 시행한다. 동작침법이란 침을 주요 혈자리에 자침한 상태에서 한의사의 주도하에 환자를 수동적으로 운동시키는 치료법으로, 진통제에 비해 약 5배 높은 통증 감소 효과가 있다. ‘만약 내가 와트니와 함께 있었더라면 침을 몇 방 놓아줬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디스크는 보통 퇴행성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급성으로 발생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수도 적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은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전신의 인대와 근육에 긴장 상태가 유지돼 외부 충격으로부터 취약해진다. 물건을 들거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 허리 부상을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건강한 겨울을 보내보자. 화성에서 홀로 통증을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와트니가 지구에 돌아와 치료를 잘 받았을지 문득 궁금증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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