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탄 듯…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나다

역사 그윽한 강화도
가장 오래된 한옥성당 ‘강화읍성당’
철종 유배지 용흥궁도 볼 수 있어

감성 가득한 교동도
오래된 약방·흑백사진관·다방 등
과거에 머물던 모습 그대로 있어

[강화·교동도=정희원 기자] ‘강화도’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던 지명이다. 아무래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다보니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세계유산인 고인돌, 단군이 제사를 올린 마니산 참성단 등 유적이 다수 발견된 곳이다. 또 고려시대에는 수도이자 군사적 요충지였고, 조선시대 왕과 왕족의 단골 유배지이기도 했다. 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축적된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강화도는 섬 곳곳에서 시간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읍성당)을 만날 수 있다. 경복궁을 지은 목수의 손길이 닿은 건물로 지붕과 내부구조는 한국적 건축양식을 따라 지었고, 내부는 로마 바실리카 양식을 본떴다.

19세기 말, 고종은 영국 해군에게 군사훈련을 맡겼다. 당시 영국군이 강화도에 주둔하며 이곳에는 무려 12개의 성공회 성당이 들어섰다. 현재도 강화도는 성공회가 발전한 지역 중 하나다. 영국군은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종교에 ‘한국스러운’ 요소를 더했다. 강화읍성당은 겉보기엔 사찰같은 느낌을 주지만, 내부는 영락없는 교회 회화나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마당에는 오래된 보리수가 심겨져 있어 동서양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현재에도 매주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성당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조선 철종(강화도령)이 19세까지 유배생활을 하던 용흥궁이 있다. 원래는 방 두칸의 작은 초가집이었으나, 즉위 후 기와집으로 복원했다. 기와집 옆에는 철종이 유배생활을 하던 당시부터 머무르던 큰 단풍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를 만지면 ‘아들이 왕이 된다’는 미신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강화읍내의 소창박물관을 들러보자. 소창은 기저귀감으로 많이 쓰이는 전통 면직물로,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양 방직 사진과 1200명의 직공들이 근무하던 심도직물의 옛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베틀과 무동력직기부터 1800년대의 미싱, 평화직물에서 직조된 직물 등 번성했던 옛 방직산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직접 베틀에서 무늬를 짜볼 수 있고, 손수건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구매할 수 있다.

박물관 건물은 1939년 만들어져 일본풍이 더해진 근대 한옥으로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목화, 계절에 어울리는 꽃과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는 마당에서는 고양이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보기만 해도 ‘힐링’된다. 이후 5분 정도 이동하면 커다란 호랑이와 곰 캐릭터가 눈에 띄는 강화관광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곳은 일종의 관광안내소로, 강화도가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열렸다. ‘강화군’과 관련된 VR게임·고려복식체험 등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강화도만 둘러보기 아쉽다면, 강화도가 품은 섬안의 섬, ‘교동도’를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강화도와 교동도는 분단이 되기 전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예성강을 통해 교역선이 오가고, 동네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 남북을 자유롭게 다녔다. 개성인삼이 강화도에 와서 강화인삼이 됐고, 개성의 방직 기술자들이 강화에 방직공장을 세우며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다.

교동도는 최근까지도 민간인 접근이 제한됐다. 이렇다보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관광자원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대표 관광지로는 1960~70년대 풍경을 배경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룡시장을 들 수 있다. 교동도 주민은 대부분 황해도 연백군에서 전쟁을 피해 정착한 실향민들이다. 이들은 ‘곧 통일이 될 것’을 믿고 고향사람들과 연백시장을 재현하며 생계를 꾸리며 지금의 대룡시장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연백에서 온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관, 오래된 약방, 흑백사진관, 다방이 즐비해 있다. 강화도의 특산물인 순무를 손질하거나, 김치로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인다. 오래된, 감성적인 포스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교동도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려면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게 낫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하루를 잡고 둘러봐도 좋다. 섬 테두리를 따라 둥글게 돌아보는 ‘회주길’, 섬 중심에서 각지로 뻗어나가는 ‘마중길’ 등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어 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핫스폿’으로 꼽힌다. 대룡시장의 관광안내소 격인 ‘제비집’에서도 자전거를 대여해주니 참고하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