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죄송함과 감사’ 조원우 전 감독에 뒤늦게 전한 롯데 선수들의 진심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좋은 분이셨는데…”

 

롯데의 2018년 가을 분위기는 쓸쓸했다. 시즌을 7위로 마친 롯데는 정규시즌 직후 조원우 전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양상문 감독이 곧장 신임 감독으로 선임돼 마무리캠프를 지휘 중이지만, 여전히 선수단의 마음 한구석엔 조 전 감독을 향한 애틋함이 남아있다.

 

뛰어난 개인 성적을 올린   전준우, 오현택은 19일 2018 KBO 시상식에서 각각 홀드왕과 안타‧득점상을 가져갔는데, 수상 소감에서 조 전 감독을 향한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조 전 감독의 취임부터 함께했던 전준우는 “시즌 초반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는데 조 감독님께선 믿고 꾸준히 기용을 해주셨기에 지금의 성적도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막 직후 13경기에서의 타율은 0.266에 그쳤지만 조 감독은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끝내 3할 타율-30홈런을 달성했다.

 

물론 감사한 마음만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사함보다는 미안함이 앞선다. 전준우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야구를 떠나 인격적으로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경질 소식이 전해진 뒤, 조 전 감독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던 전준우는 조만간 ‘식사대접’ 약속을 지킬 날을 꿈꾼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탓에 단 한 시즌만 함께 했음에도 오현택의 기억 속 조 전 감독은 훌륭한 야구인이다. “두산 주루코치 시절부터 좋은 지도자였다. 그렇기에 더욱 죄송하다. 감독님은 여러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선수들이 훨씬 죄송할 것이다. 2013시즌을 끝으로 두산의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진욱 전 감독님께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홀드(25홀드)를 챙겼지만, 오현택은 “더 많은 홀드를 챙기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발언이 아니라, 조 전 감독의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리드를 더욱 자주 지켰다면 보다 많은 승리를 따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감독님의 거취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작별의 순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여운은 진하고 길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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